ADVERTISEMENT

(21)승모판 협착증 숨차고 가슴뛰어 정상활동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있는 P씨(30)가 진찰실을 찾아왔다.
미남인 P씨는 10년전 세브란스병원에서 진찰을받고「승모판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전신마취하에서 가슴과 심장을 열고하는 개심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자각증세가 비교적 가벼워 평소 몸조심을 하면서 철학공부를 하여 지금은 어느 지방대학에서 교수강의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근래에들어 다시 숨이차고 가슴이뛰며 정상활동이 힘들어서 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것이다.
왜 진작 오지않았느냐고 물으니 P씨는 『개심수술이 아닌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승모판협착을 열어줄수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나는 참으로 놀랐다. 왜냐하면 우리팀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승모판협착의「경혈관적 풍선확장수술」을 성공적으로 시작한것이 지난해 2월부터였다는 것까지 정확히 알고있었으며 지금쯤은 제법 궤도에 올라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 지난 1년동안 우리팀은 1백예의 경혈관적 풍선확장수술을 시행해 90%의 성공률을기록,최근에 발표했다.
우리 심장에는 4개의 방향잡이 밸브 즉 「판막」이 있다. 심장이 수축과 확장운동을 반복할때마다 이 4개의 판막이 2개씌 짝지어 열렸다 닫혔다하면서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와 뿜어나가는 피의 방향을 바로잡아준다.
그중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있는 판막이 승모판막인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승모판막이 좁아져서 잘 열리지않는 협착이 많다.
협착의 정도,판막의 변형,또 협착에다가 폐쇄부전(잘 닫히지않는 상태),혹은 대동맥판막등 다른판막의 병변의 유무에 따라 개심수술이 아닌 경혈관적 풍선 확장수술을 할수있는 경우가 50%쯤 된다.
다행히 P씨는 풍선확장술의 이상적인 적응증
세임을 심초음파검사로 확인할 수 있어서 우리의 1백1번째 「성공증례」가 될수 있었다.
그러나 후천적으로 생기는 판막증중에서 약30%만 이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수술의 사망률도 2%정도는 된다. 그리고 풍선확장술의 예후는 아직 좀더 두고봐야한다.
현재 추측으로는 1년에 3∼4%정도가 재협착을 일으키지 않을까하는 전망이다.
수술방법은 대퇴부의 정맥에 카테타를 삽입, 우심방으로 가서 심실중격을 뚫고 좌심방으로 들어가 협착된 승모판을 지나 좌심실로 2개의 풍선카테타를 밀어넣은 다음 풍선2개를 팽창시켜서.협착을 열어주는 것이다.
수술을 끝낸 P씨는 퇴원할때 필자를보고『의사선생님은 10년전보다 더 젊어졌다』고 말하길래 필자는『여보시오,당신은 진짜 멋있는 철학교수가 될거야』라는 대답의 선물을했다.이웅구<연세대의대교수·심장내과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