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블랙 아이스’의 저주…교통사고 치사율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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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장동면  남해고속도로 장등2터널(영암 방향 49㎞ 지점) 부근에서 화물차 등 차량 17대가 추돌했다. 소형 트럭이 5톤 화물차를 들이받은 후 뒤따르던 트레일러, 승용차 등 15대가 연이어 추돌한 것이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고 4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교통안전공단 최근 3년 분석 #“차 제동거리, 평상시 4배 넘어 #타이어·브레이크 미리 점검을”

경찰은 밤사이 내린 비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생긴 ‘블랙 아이스’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블랙 아이스는 아스팔트 또는 콘크리트 포장 표면의 작은 틈새로 스며든 눈이 얼어붙거나, 녹은 눈이 얼어붙어 얇은 얼음층을 만드는 현상으로 다리 위나 터널 출입구, 그늘진 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 같은 빙판길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치사율이 마른 도로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동거리도 4배 넘게 길어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2015~2017년)간 노면 상태별로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른 도로에서는 19만8000여건의 사고로 3700여명이 숨져 치사율이 1.87%였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다.

반면 빙판길에서는 112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1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3.65%로 마른 도로의 1.9배나 됐다. 빙판길에서는 핸들 조작이 어려운 데다 제동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단에서 노면 상태별로 제동거리를 실험한 결과, 일반승용차가 시속 50㎞로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마른 도로에서는 11m 정도 지난 뒤 멈춰섰다. 하지만 빙판길에서는 48.3m나 더 지나갔다. 공단의 김기응 교통안전정책실장은 “빙판길에서는 대형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타이어와 브레이크 등 제동 관련 장치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타이어는 마모한계선 표시에 다다를 정도로 닳은 경우 교체해줘야 한다. 또 타이어 공기압은 제조사가 권장한 타이어 공기압의 80%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게 좋다. 브레이크 오일과 패드의 마모상태 등도 미리 점검해둬야 한다. 만일 제동 시 브레이크 페달이 깊게 밟히거나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가까운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는 게 안전하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와이퍼를 ‘11’ 자로 세워두는 것도 요령이다. 와이퍼는 얼어붙으면 떼어내기가 상당히 힘들기 때문이다. 또 유리에 성에가 낄 경우 히터를 작동해 녹이는 게 효과적이다. 성에제거제와 체인 등 겨울용 장구를 미리 챙겨놓는 것도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권병윤 공단 이사장은 “겨울철에는 빙판길, 눈길 등 기상변화에 따른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운행 전 차량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안전거리 확보와 서행 운전 등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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