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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성복 줄이어 상륙|여성의류 국내디자이너「전성시대」지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금까지 온실 속에서 안주해온 내수 중심의 국내 기성복 디자이너들도 이제는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게 됐다. ·
이는 최근 2년 사이 계속되는 수입관세인하로 외국의류 수입자유화가 활성화·다변화되면서 값과 질에서 국내제품을 능가하는 수입의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서울강북지역 백화점이나 강남패션 가에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것이 수입의류가게.「바렌티노」「디올」「구찌」「라도슈」「발맹」「페레」「베르사체」「알마니」등 프랑스·이탈리아의 1급 디자이너 상표를 내건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는「겐조」등 일본 디자이너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들 디자이너들의 옷은 심한 경우 티셔츠 한 벌에 70여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수트 한 벌은 1백만원 전후. 보통 월급쟁이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값이라 특수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양상이 크게 달라져 아직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지만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 값과 질을 따져 실속 있는 옷들이 수입되어 일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88년 9월 프랑스 쁘렝땅백화점과 프랜차이즈계약을 맺고 문을 연 한국 쁘랭땅의 경우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약20개 브랜드 의류를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의「테헨」「라모스포츠」「인피니티브」「도로시비스」「쥬시」「강클로드」「조르쥬 레커」, 이탈리아의「라 스콰드라」「앙리 꼬몽」등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한국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현지에서는 알려진 상표라는 것이다.
이들 수입의류 가격은「테헨」의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의 면 니트원피스가 8만1천5백원,반 소매 가디건은 4만8천5백원선.「쥬시」의 레이온과 면 합섬 재킷은 8만6천원, 바지는 4만9천원이다. 정장수트는 20만∼30만원선.
이 옷들은 소재·디자인·색상·가격 등을 국내기성복과 비교할 때 우위에서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 명성의「피에르·발맹.」의 실크 앙상블이 80만원 선인데 국내1급 디자이너의 옷은 비슷한 것이 맞먹거나 웃도는 값. 따라서 국내 디자이너 의류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진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의류는 관세가 88년 30%에서 20%로, 올해에는 다시 16%로 내린데다 원화절상으로 인한 환차(대 프랑스의 경우 연간15%)로 득을 보고 수입창구도 해외 메이커와 직결되는 등으로 가격인하 요인이 쌓인 때문.
반면 국내 기성복은 고급화 추세 속에 수입옷감 사용이 늘고 공임이 인상 된데다 (88∼89년 평균50%) 비능률적 관리 등 가격인상 요인이 누적되었다는 것이 패션 디자이너 임목문씨(국제패션디자인연구원강사)의 지적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수입의류 총액은 87년 2천만 달러에서 88년 3천만 달러로 50% 늘었고 올해에는 더욱 늘어나리라는 것이 상공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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