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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 스타 왕훙의 힘?…화장품주, 긴 터널 끝 '상승' 행보

중앙일보

입력

8일 서울 송파구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 'SNS 스타'로 일컬어지는 '왕훙'이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자료 : 롯데면세점, 뉴스1]

8일 서울 송파구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 'SNS 스타'로 일컬어지는 '왕훙'이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자료 : 롯데면세점, 뉴스1]

"역시 왕훙!" 지난 10일 증시 마감 후 화장품 종목 투자자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날 증시에서 화장품 관련 주식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증권사 분석 보고서에선 "길었던 화장품주의 긴 터널이 드디어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국 왕훙(網紅)들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지난 8일이다. 왕훙 100명이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모였다.

왕훙은 SNS에서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 명의 팔로워(개인 구독자)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Power Influence, 영향력 있는 개인)'를 지칭한다. 이날 행사에선 화장품 마케팅 분야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초청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 '쌍십이절(12월 12일)'을 앞두고 준비한 이벤트다.

이날 왕훙들은 한국 화장품을 직접 발라가며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했다. 100명의 왕훙들은 릴레이 격으로 8일 오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20시간 동안 마라톤 생방송을 이어갔다.

기초부터 색조까지 왕훙들은 자신의 얼굴이나 손등에 직접 화장품을 발라가며 촉촉함과 발색력, 냄새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팔로워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당일 중국에서 해당 방송을 시청한 사람은 2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8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마련된 생중계 부스에서 왕훙이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자료 : 연합뉴스]

8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마련된 생중계 부스에서 왕훙이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자료 : 연합뉴스]

해당 이벤트에 대한 국내·외 주목도를 반영하듯, 왕훙 이벤트 이후 개장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화장품 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커졌다.

10일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업종은 상승장으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업종별 분류에 따르면 이날 화장품 업종 전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가 1%, 코스닥 지수가 2% 이상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대형 화장품 주식들의 상승도 돋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10일 기준 전일 대비 4500원 상승한 17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LG생활건강도 전일 대비 2만3000원 상승한 116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화장품 업체도 마찬가지로 성장세를 보였고, 퍼프 등 화장품 관련 부자재를 생산하는 업체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에스엔피월드, 클리오 등도 10일 기준 전일 대비 4%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 게시판에는 "역시 왕훙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왕훙 덕에 오랜만에 플러스 주가를 본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업종의 주가 상승과 '왕훙 효과'를 바로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한국 화장품의 '침투력' 정도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갈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내에서 규모가 크거나 오프라인 시장에서 유명했던 과거의 평가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9년 화장품 업황은 중국인의 소비 증가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변화무쌍해진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화장품 업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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