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극진히 대접했는데…北, 文정부에 많이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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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사진 연합뉴스TV]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북한의 주요 인사들을 만났는데 거기서 느낀 느낌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이었다며 “미국에는 으레 화가 나 있었고, 우리 정부에도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현대그룹이 금강산에서 개최한 금강산 2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현재 정의당 평화로운 한반도 본부장이다.

김 의원은 “평양에서 아주 극진한 대접을 하지 않았나. 북측은 9‧19 평양 선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정상화는 남측이 결심할 수 있는 것인데도 별다른 행동이 없으니 ‘왜 이렇게 답답하냐. 결단력이 없냐’는 얘기를 아주 거침없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가 살아있는 한 돌출적으로 남북 관계를 가속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하면 북측이 듣긴 듣는다. 그런데 불만, 서운함, 푸대접에 대해 좀 토라진 느낌이었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북한으로서도 대단히 큰 대사이므로 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박 2일간 대화 중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가면 어떤 의미가 있겠나’ 재확인하는 내용이 제일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내년 초로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변수로 봤다. 실무 회담 차원에서는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무회담 그만하고, 대신 정상회담을 빨리하자’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다면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서울 답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역시 10일 “연내가 어려워지면 내년에 와도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너무 시간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김 위원장이 오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