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인물」퇴진…친정체제 구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공 출범이래 최대규모인 정부의 이번 육군수뇌부 개편은 5공 인물 퇴조와 노태우 대통령 친정체제 구축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번 인사가 전두환 전임대통령이 그의 퇴임 직전인 87년12월 발탁한 최평욱 교육사령관과 김진영 수방사령관의 예편·전보조치와 직계로 알려진 이진삼 육군참모차장의 1군사령관 승진·기용 등이 큰 특징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노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기고 있지만 장성임기 등에 가려 전전대통령이 구축한 군 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군에 대한 통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군장성들의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토로가 이런 주장들을 반증해 주는 것으로노 대통령으로서는 군 정비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며 육사교장 민병돈 중장 파문이 예정을 앞당겨 단행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자신의 체제구축을 위한 조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대통령은 작년6월 이종구 2군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에 기용한데 이어 이문석 소장을 특전사령관에 승진·보임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전라인의 최평욱 보안사령관을 한직인 교육사령관에 전보시킨바 있다.
아뭏든 제3단계라 할 이번 인사로 노 라인포석은「거의」완료된 것으로 보이는데「정치권」과도 무관하지 않은 핵심요직인 수방 사령관에는 야전군출신인 패창회륙본 인사참모부장이 승진, 임명 됐고 한때 기구축소와 함께 소장이 맡던 보안사령관 계급도 중장으로 환원시켜 친의 군단의 라인업을 마무리했다.
정치적으로 이 같은 의미를 갖는 이번 인사는 군내부적으로는 세대교체라는 성격을 강하게 띠고있다.
13기의 정진태 대장, 14기의 나병선 중장 등 14기인 이종구 육참총장 이상 고참 장성들이 거의 다 물러나고 아직까지는 이른 것으로 여겨진 18기들의 중장승진이 이뤄짐에 따라 야전지휘관의 꽃인 사단장들의 주축이 20, 21기로 구성되게 됐다.
이들은 5공 청산과정 등을 통해 군의 정치관여에 큰 회의를 표했던 그룹으로서 정치적으로도 시사하는바 큰게 사실인데 소위「강경파」라고 알려진 일부 장성들의 퇴진과 함께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장교단들이 대통령의 시국대응자세 등에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사를 낳게 한 민병돈 중장 퇴진과 관련, 「의전상 결례」를 문제삼는다면 몰라도 연설내용에 무슨 하자가 있느냐고 못마땅해 하는 것도 그런 예가 된다.
이밖에 이번 인사는 육·해·공군을 단일 지휘체제로 재편하는 통합사 창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통합군 사령관격인 국방참모총장에는 이종구 육군총장이 유력시되지만 기타 정책전략기획실장·정보본부장·작전본부장 등의 요직과 금년 창설될 항공사령관직을 누가 어떻게 맡게되는 예비단계도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년중반기 중 해·공군참모총장의 임기도 만료돼 해·공군에도 대대적인 인사선풍이 예고되고 있어 군은 조직과 인사 모든 부문에서 일대 혁신이 있을 것으로 전망돼 노 대통령이 이끄는 6공화국의 신 군부 질서는 머지않아 완전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해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