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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연대투쟁…분규 확대조짐|「임투 줄다리기로」로 전국이 술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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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국 산업체의 올 봄 임금협상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단체교섭을 앞두고 대부분의 공단·탄광 등 노조들이 지구협의회 또는 지구노조 합동연합회를 구성해 공동교섭·공동행동을 결의하고 나서 예년과 다른 양상이며 이에 따라 분규가 대규모화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임금투쟁 승리다짐대회를 갖고 기세를 올리는 등 노사간 힘 겨루기의 막이 오르고 있다. 「임투」를 앞두고 전국 산업장의 교섭실태와 문제점, 협상 전망을 진단해 본다.

<교섭실태>
경남 창원공단의 경우 총 입주업체 2백37개사(종업원 7만9천5백55명) 가운데 노조설립 업체가 97개 업체, 조합원 수는 4만2천여명.
노조설립 업체 중 3월말 단체협약 기간이 끝나는 세진실업 등 17개회사 중 7개사가 협약을 마쳤으나 10개사는 교섭중이며 나머지 80개 업체는 4월부터 입금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마산·강원지역 36개 업체 노조는「마·창 노조합동연합회」를 결성, 4월1일부터 임금인상 연대투쟁을 별이기로 결의해 대규모 분규가 예상된다.
마·창 노련 측은 최저 생계비를 창원공단 남자근로자의 경우 58만1천7백원, 마산 수출자유지역 여자근로자는 35만8천5백64원으로 잡고 이를 관철시킬 방침이다.
노련 측은 회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4월10일 집단쟁의 발생신고를 낸 후 21일 공동 쟁의행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입주업체 1백20개에 7만2천5백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경북 구미공단의 경우 현재까지 임금협상이 시작된 업체는 전체의 61.7%인 74개업체(근로자 5만명).
나머지 46개 업체는 4월중 협상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임금 협상중인 업체 대부분이 노사간에 차이가 커 협상이 난항이다.
기업 측은 15∼20% 인상선을 내놓고있는데 반해 노조 측은 최하 40%에서 최고 80%까지 요구해 기업마다 노조 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전국 최대 중화학 공단인 전남 여천공단의 경우 호남정유 등 59개 입주 업체들의 임금교섭은 호남 에칠렌을 시작으로 지난주부터 들어갔다.
호남 에칠렌은 노사간에 21일 1차 교섭을 벌였으나 노조 측이 33.3%인상을 요구한데 대해 회사측은 10%선으로 맞서 결렬됐다.
이 같은 노사간 임금인상률 격차는 탄광업계도 마찬가지. 탄광 노조는 올 임금 인상을 18.6%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무리라고 고개를 흔들어 강원도 태백 탄전의 1백67개 탄광 중 타결된 곳은 한곳도 없다.
계속된 판로부진 등의 운영난 악화로 5% 인상도 정부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산 노조 측은 이 달 말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4월15일 쟁의발생 신고 후 총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 측의 요구대로 받아들이면 문을 닫을 판국에 놓이게 된다』며 『직장폐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자세다.

<대립양상>
종전과 달리 노조 측이 지역별·업종별로 연대해 공동협상·공동투쟁을 벌이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노협 소속 56개 조합 중 봄철 단체교섭업체 25개 노조는 22일 ▲일당 2천4백∼2천5백원 인상 (37.3%) ▲주44시간 근무제 ▲파업기간 임금지급 등을 내걸고 1차 교섭에 들어갔다.
특히 코스모스전자·명성전자 등 전자업종 17개사는 ▲일당 2천4백87원 인상 ▲주44시간제 ▲파업기간 임금지급을 공동 단체교섭 안으로 회사측에 제시했다.
노조별로 요구 안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쟁의발생 신고일·파업 등에 대해서는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해 새로운 임금교섭 현상을 보여 회사측을 난감케 하고 있다.
전남 여천공단 노조들도「노총 여천지구협의회」를 구성, 올 임금 인상선을 호남정유 등은 A그룹, 금호화학 등은 B그룹으로 자체 분류·조정해 공동교섭에 나서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회사들은 『파업은 막아야된다』는 방침아래 타 회사의 타결을 봐가면서 임금 인상선을 조정키로 하는 눈치작전도 엿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또 노동부·경영자협회 등을 통해 정보파악을 하는 한편 노조 측의 연대에 대응, 동종업체끼리의 공동보조도 모색하고 있다.

<문제·전망>
노조 측의「요구」와 회사측의「제시안」에 엄청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다 「연대투쟁」이라는 새로운 양상까지 겹쳐 자칫 대규모 파업·휴업사태의 우려가 크다.
경북 구미공단 K전선의 경우 임금 40∼50%인상과 퇴직금 누진제·가족수당 신설 등을 요구하며 23일「단체협약 완전쟁취 궐기대회」를 갖고 파업농성을 결의하는 등 벌써부터 강경 투쟁이 확산되는 기미다.
노조의 요구 중에는 회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적지 않은데 특히 운영 난이 심한 탄광·섬유업계 등은 집단파업등 사태도 예상된다.
그중 탄광업계는 영세탄광 정비까지 겹쳐 더욱 불안한 상태. 근로자들의 파업에 회사측의 직장폐쇄 등 대립이 자칫 극렬 상황으로까지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국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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