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목사 충격 정치권에 깊은 파장|강정처리에 군부도 한목소리 여권|북방정책비난…당논오락가락 야권|전민련 위험부담 불구 방북지지 선언|여야·전민련, 대응책 마련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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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익환목사의 방북은 통일문제와 좌경이념 문제가 함께 얽혀 정치권에 깊은 충격의 파장을 던지고 있다.
민정당을 포함한 여권 내부에서는 좌경문제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강경대치 해야 한다는 강성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사태진전에 따라 정부시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어 주목되며, 야권은 정부의 북방정책 쪽에 비난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정작 문목사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노선정립을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무정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익환 쇼크에 접한 정부와 민정당 안에는 강경파의 소리가 뚜렷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을 긴급의제로 상정한 27일의 중집위는 별다른 이논없이 문목사의 평양행을 「월북」으로 못박고 엄정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축구했다.
민정당의 긴강과 경색은 여권의 분위기가 최근 경화되고 있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김용갑장관의 사퇴, 민병돈육사교장의 파문, 그리고 정호용의원 퇴진 움직임에 대한 명시적인 반발 등으로 강성기류가 표면화되고 있었고, 중평연기 이후 공권력확립을 거듭 천명하고 좌경 또는 체제도전세력에 대해 「일전부사」의 정면대응을 공언하는 강경 분위기에 휘발유를 끼얹는 격이 된 것이다. 27일 오전 이상훈 국방장관이 주재한군수뇌부회의가 이례적으로 문목사의 사법처리를 공개적으로 강력히 주장한 것은 커다란 주목을 끌고있다.
민정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그 같은 군의 입장표명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최근 좌경·폭력그룹의 세력확장과 공개적인 투쟁에 대해서, 그리고 이들에 대한 6공 정권의 대처방식에 대해 군 지도부는 대단히 불만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문목사의 독자적인 행동자체가 이미 민정당을 크게 자극했지만 당이 더욱 주시하는 것은 야당측과 전민련 등 재야의 반응.
민정당은 민주·공화 등 보수적인 제도권 정당이 문목사의 행동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하긴 했으나 평민당이 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데다가 전민련이 지지결정을 한데 깊은 우려를 표명.
여권일부에서는 「문목사의 월북」을 차제에 국면전환의 호기로 삼아야한다는 적극론도 등장하고 있는데 신임연계국민투표를 주장했던 그룹은 『중평이 실종되자 문목사 쇼크라는 전환점이 나타났다』며 『민주화란 탈을 쓴 좌경세력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공권력을 총동원해 대처해야한다』며 정부의 적극개입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
27일 중짐위는 공식적으로 문목사를 「매국노」 「반역자」라고 규탄하며 전민련을 민주화를 가강한 체제전복세력으로 비난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문목사 파문을 분석하는 민정당외 시각 중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여권내부체제의 「부실」 에 대한 강도 높은 지적.
중집위는 즉각 문목사의 평양행을 감지하지 못한 공안당국의 허점을 『대공 체제의 무장해제』라고 나무랐는데 당 관계자들은 6공의 전반적인 관리체제가 느슨해진 점을 심히 우려하는 표정.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28일『공안부처 책임자들의 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이번 일을 계기로 대공체제의 정비작업이 시작 된 것』이라고 전망.
관계장관의 인책건의까지 은밀히 검토하는 등 긴강 된 표정.
그러나 민정당 일각에서는 과잉대처가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해서도 염려하고있는데 한 당직자는 『사법적 대응은 시국사범이란 문제를 재연시킬 것이고 그러면 결국 「5공식통치」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
○…평민당은 문목사의 방북이나 정부의 태도를 양시론 내지는 양비론적 시각으로 보면서 재야와 여론사이를 저울질 하고있는 상태.
주로 문목사의 방북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있으나 법률적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하고있는 데 문목사 방북자체보다 이 같은 행위가 나오게된 배경이 정부의 잘못된 통일정책에 있다는 것에 비중을 두는 모습.
이와 함께 대변인의 긍정적 대외발표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당내 이견이 있음을 김원기총무 등이 나서 은근히 홍보하는 등 양면대처.
그러면서 평민당은 대체로 일정시간이 지나고 비등한 여론이 가라앉으면 문제의 초점이 통일정책 쪽으로 갈 것이라는 계산 아래 이 같은 수순을 전제로 사전포석을 하고 있는 느낌.
이에 따라 그 같은 채비의 서곡으로 27일 열린 총재단회의 내용도 박영숙 부총재의 『이번일을 계기로 정부의 통일론의 독점을 깨뜨려야한다』, 조승형 특보의 『국가보안법위반은 오히려 정부』라는 발언에 비중을 두어발표.
문목사의 방북사실을 미리 알았던 김대중 총재도 가급적 이문제에 대한 자신의 코멘트가 보도되지 않도록 했는데 이날 낮 외신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질문을 받고『7·7선언에서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생각지않고 동반자로 한다고 했고 여러분야에서의 상호교류를 추진한다고 했었다』며 7·7선언의 내용을 상기시키느데 주력.
김총재는 『각분야의 사람들이 되도록 많이 왕래하는 것이 남북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고 문목사의 경우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문목사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면서 다만 『문목사가 가기전에 정부와 협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목사의 평양행에 대해 민주당은 통일논의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천명을 요구하는 당내외의 압력에 고심.
서석재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가 여권 내 극우세력의 입지를 강화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지적.
민주당은 그의 전격방문을 정부가 몰랐는지 여부만 계속 물고늘어지고 있는데 김영삼총재는 27일 저녁 용산지구 당창당대회에서 『그의 방북이 옳고 그름을 놔두고 이 정권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얼마나 무능하고 능력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
황병태 정책위의장은 『남북교섭채널을 전면 거부한 이번 사태의 원인 중에는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북정책 때문』이라며 남북교류법의 정비를 당의 공세대상으로 삼겠음을 시사.
○…그동안 정부의 충격적인 북방정책 및 대북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공화당은 정부가그 동안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둔 채 탈법적인 행정조치들을 내린 결과 문목사의 북항이 발생했다며 먼저 정부의 대북정책을 확고하게 정립할 것을 촉구.
또 북한이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만 너무 점프하고 있다면서 통일정책의 창구는 정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기존방침을 계속 강조 할 생각.
○…전민련은 27일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문익환 고문의 평양방문을 지지, 동의키로 결의.
이번 사건은 어차피 정부나 전민련 양측에 모두 위험부담을 주는 「뜨거운 감자」이지만 이미 희생을 각오하고 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민련으로서는 입을 데어도 그만한 소득이 있다고 계산한 것.
이날 회의에서는 통일운동의 확산 방법으로 모든 가맹단체를 비롯해 관련단체들이 지지성명을 발표키로 하고 각 지역별로 강연회·토론회·공청회를 갖기로 했는데 이런 연속적이고 전국적인 집회를 통해 통일이 더 이상 권력의 전유물이나 독재정권의 안보용이어서 안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전민련의 범민족대회·민족문학작가회의·청년학생축전·음악제·농산물교류 등 각계각층의 통일촉진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
이들은 또 이번 사건이 『현정권의 7·7선언 등 화해와 개방의 대북정책과 어긋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정주영씨, 해외동포의 입북 자유화, 한국국적 기자의 입북활동 등의 사례를 들어 문목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문목사가 정부의 승인 없이 간 것도 27일 남북작가회의가 차단되듯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을 금압하는 현정권의 제반 제도적·법적 장치 때문』이라고 정부측에 화살.

<이년홍·김종국·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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