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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화교류 창구 일원화(문공부)|작가회의 예비회담 불허방침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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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방정책의 적극 개방이라는 흐름을 타고 각 문화예술 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제의해온 「남북한 문화예술교류」추진에 대한 정부 당국의 방침이 뒤늦게 정립돼 가고 있다.
문공부는 24일 민족문학 작가회의가 27일 갖기로 한 남북자 작가회의 예비회담을「대표성」결여를 이유로 불허하면서 산하기구로 남북문화 예술교류 자문위원회를 구성, 전문인들의 자문을 거쳐 가부의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힘으로써 다양하게 제기되는 단체간의 임의 교류 움직임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공부가 구성키로 한 남북문화교류 자문기구는 문학·음악·미술·출판·공연예술·종교·문화재 등 7개 분과로 이루어진다. 이들 7개 분과에는 10∼20명. 정도의 관계 전문가가 참여하며 현재 인선이 진행중이다.
자문위원회는 앞으로 개별문화 예술단체의 대북 교류제의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한편, 우리 문화계를 대표할 수 있는 대북 교류 창구가 이루어져 실효성 있는 남북문화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게 된다. 그리고 자문위원회의 결정이 있으면 통일원에 설치될 남북교류협력 추진협의회의 검토를 거쳐 확정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동안 남북문화 교류제의는 ▲예총의 남북예술 대축전 ▲미협과 민중미술협의 남북작가 교류전 ▲민족문학 작가회의의 남북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의 남북대표작품 교류·남북작가 교류 ▲미주 문인협회의 민족문학 세계대회 등 문화·예술 단체별로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제의들은 나름대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나 대북 제의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부의 입장과 부합되지 않고 문화예술 단체별로 대북 제의를 함으로써 문화예술계 내부에 갈등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었다.
자문위원회 구성은 가능하면 문화·예술 각 부문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된 객관적 대표성을 지닌 교류주체를 위촉하겠다는 것이다.
문공부에 구성될 남북 문화교류 자문기구는 그러나 이 기구가 단순히 장관을 자문하는 성격이어서 구성·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화 교류가 정부의 시각에서보다는 민간의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그 동안 강력했다. 그 때문에 정부 자문기구 성격에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 중에는 이 기구에의 참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문공부의 방침이 발표된 24일 이미 민중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문공부가 생각하는 대표성은 제도권으로의 귀착을 의미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사정을 반영한다.
또 자문위원회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내부에서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문화계는 그 동안 문화·예술을 보는 시각에서 문화·예술인 자신들 사이에서 조차 편차가 심했으며 그 때문에 여러 단체가 생겨 서로가 평행선을 긋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 같은 실정에서 남북문화 교류가 초유의 특수한 상황전개라고 하더라도 범문화·예술계의 성격을 가진 대표단이 구성될 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이 그 체제에서 갖고 있는 제한성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우리 쪽에서도 통일된 접근법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 임전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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