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으로 구부러진 KTX 철로 본격 복구, 10일 오전 정상화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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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코레일 등은 8일 오후부터 강릉발 서울행 KTX 탈선 현장 복구작업에 본격 나섰다. 코레일 등은 현장 사고대책반을 꾸려 기중기를 이용해 탈선한 기관차를 들어올렸다. 또 끊어지거나 구부러진 철로 800m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망가진 분기기 2대도 복구에 착수했다. 포크레인을 이용해 철로 표면을 긁어내거나 야간 작업을 위해 서치라이트도 설치했다.

코레일은 8일 오후 기중기 등을 동원해 탈선한 KTX 열차를 들어올리고 있다. 최종권 기자

코레일은 8일 오후 기중기 등을 동원해 탈선한 KTX 열차를 들어올리고 있다. 최종권 기자

사고 열차는 맨 앞에 선 기관차와 다음 승객 칸이 한꺼번에 철로를 이탈해 90도 각도를 이뤘다. 부상자 15명은 이날 오후 전원 귀가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복구 작업은 10일 오전 2시쯤에나 끝날 것 같다”며 “사고 구간 열차 운행은 10일 오전 5시 이후 열차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레일은 최근 오송역 단전 사고 등 잇단 사고에 비상안전경영에 돌입했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 5일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재발 방지를 주문했지만, 사흘만에 사고가 났다.

국토부와 코레일 기중기 등 동원 탈선한 열차 이동

코레일 관계자 등이 KTX 열차 탈선 연장에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코레일 관계자 등이 KTX 열차 탈선 연장에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사고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승객 198명 가운데 일부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기울어진 열차에서 벽면을 짚어가며 겨우 탈출했다. 선로가 뜯겨나가는 사고 충격으로 객차 곳곳에서 비명이 난무했다. 일부 승객은 머리 등을 다쳐 피를 흘리면서도 필사적으로 대피했다.

사고 당시 4호 차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45·여·강릉시)씨는 "출발한 지 5∼6분여 만에 무언가의 충격 때문에 급제동하는 소리가 들린 뒤 '쿵쿵'하는 느낌이 3∼4차례 이어지고서 멈춰섰다"며 "타고 있던 열차가 왼쪽으로 살짝 기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열차가 기울어서 '기우뚱' 하며 걸어 나왔고, 나와보니 1·2호 객차가 90도가량 꺾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열차 밖으로 나온 뒤 소방서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18명이 강릉역으로 되돌아왔다"며 "자녀의 대학 입시문제로 서울로 가던 길이었는데, 강릉역의 후속 조치가 너무 안이해 분통이 터졌다"고 전했다. 역시 4호 차에 타고 있던 또 다른 승객 최모씨는 열차가 기울어지면서 아래로 확 떨어져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상처를 입었다.

이날 사고로 열차 10량 중 10호 차를 제외하고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앞 2량은 'T'자 형태로 꺾였고, 선로가 파손됐으며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완전히 쓰러져 휴짓조각처럼 변했다. 이 사고로 현재 강릉선 진부역∼강릉역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서울역∼진부역 간은 정상 운행 중이다.

사고 열차는 오전 7시 30분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역에 오전 9시 30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다친 승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승객들은 코레일이 긴급 배치한 버스를 타고 강릉역 등으로 이동해 다른 KTX 열차로 갈아탔다.

강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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