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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제2 본사 선정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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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심재우
심재우 기자 중앙일보 뉴욕특파원
심재우 뉴욕특파원

심재우 뉴욕특파원

“매일 2만5000여 명이 축구 경기를 보러 들락거린다고 상상해 보라. 이건 감당하기 힘든 장면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제2 본사 입지로 선정된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닉 카넬로스의 한숨 소리가 크다. 롱아일랜드시티는 아마존의 제2 본사를 유치하려는 북미 238개 도시 가운데 버지니아주의 크리스털시티와 함께 최종 낙점됐다. 2만5000여 명에 대한 신규 고용 효과는 물론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정작 롱아일랜드시티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13일 발표 당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이후 뉴욕시의회는 지자체와 아마존의 비밀거래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총 세 차례 예정된 가운데 첫 청문회가 오는 12일 뉴욕시청에서 열린다. 아마존이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뉴욕주 세금을 감면받는 등 지나치게 많은 특혜를 받는다는 것이 청문회의 집중 추궁 대상이다.

요즘도 맨해튼의 뉴욕시청 앞에는 도소매업 및 백화점 종사자 노조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마존 때문에 2014~2016년 오프라인 매장에서 2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세금감면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 이후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에 비해 30% 가까이 치솟았다. 매물로 내놨던 아파트 물량을 주인들이 회수하면서 가격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임대료도 따라 올라 일대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교통체증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롱아일랜드시티는 퀸즈와 맨해튼의 중간지대여서 지금도 교통체증이 상당하다. 서울로 치면 구청장에 해당하는 멀린다 캐츠 퀸즈 보로장이 퀸즈와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경전철 건설 비용을 아마존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아마존의 ‘꼼수’도 한몫했다. 제2 본사를 개발 낙후 지역에 세우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다 막판에 인재유치가 쉬운 뉴욕과 워싱턴 지역을 선정했다. 이 때문에 인센티브만 챙긴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2 본사 유치에 실패한 지자체들이 아마존에 대해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배경이다.

만약 아마존이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새롭게 조성한다면서 동아시아 대도시를 상대로 유치 신청을 받는다면 국내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일자리 창출에 목말라하는 문재인 정부가 아마존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할지,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단박에 무시할지 궁금해진다.

심재우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