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써줬더니…” 구치소서 온 전 남친의 협박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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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일러스트. [연합뉴스]

협박 일러스트. [연합뉴스]

헤어진 여자친구 명예를 훼손하고 협박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구치소에서 전 여자친구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냈다가 더 큰 죗값을 치르게 됐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 서봉하)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보복 협박을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로 A씨(36)를 구속기소 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월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구속돼 첫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8월 6일부터 9월 5일까지 전 여자친구 B씨(33)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을 담은 문건을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모는 아들이 처벌받지 않도록 노력하던 중 B씨에게 “책임지겠다”며 각서를 써주고 간청해 합의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구치소에서도 수차례 B씨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는 “합의해주지 않으면 가정과 인생을 망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재판 중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검사는 지난달 6일 A씨 판결 선고를 하루 앞두고 2주 동안 선고를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가 A씨 부모 간청에 못 이겨 써준 B씨의 합의서 때문에 공소 기각으로 석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명예훼손과 협박죄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에 속한다.

이후 검사는 A씨 보복 편지에 대해 수사를 하고 구속영장까지 받아놨다가 A씨가 석방되자마자 영장을 집행해 A씨를 다시 구치소에 수감시켰다.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있는 ‘보복 협박’ 혐의를 적용했고 법에서 최소 1년 이상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런 유형 범죄는 용서 없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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