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특감반 직원이 캐물은 수사는 1100만원 뇌물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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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미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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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의 하청업체 선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고 대가로 금품을 받은 국토교통부 전ㆍ현직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이들 공무원들과 건설업체 대표, 건설관련 언론사 발행인 등 30명을 입건하고 이중 2명을 구속, 28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민자도로 공사비리 30여명 입건 #특감반 직원 지인 최모씨 사건도 포함 #60억원 공사 수주해달라 1100만원 건네 #

이 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불거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과 맞닿아 있어서다. 특감반 소속이던 김모 수사관은 지난달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지인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 내용을 캐물었다. 지인은 S기술개발 대표인 최모씨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6년 자신의 업체가 대형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선정되는 것을 봐달라며 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민자도로 관리과장이었던 A씨에게 11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수사관의 부적절한 행동에 더해 특감반 직원들이 단체로 골프를 쳤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청와대는 최근 특감반을 전원 교체하는 등 후폭풍이 불고 있다.

60억원 규모 공사 수주, 1100만원 뇌물 건네

경찰에 따르면 최씨가 대표로 있는 방음터널 전문 공사업체인 S기술개발은 매년 약 200억~3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는 업체라고 한다. 최씨는 민자도로 공사 현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공무원 A씨와 2010년부터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2011년쯤 비슷한 사건으로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구속된 전력이 있었다”며 “사건 이후 국토부 공무원들과 대부분 연이 끊어진 상황에서 A씨와 더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민자도로는 제2경인 연결고속도로 안양~성남 구간이었다. 총 6000여억 원 규모의 공사현장이었고 몇몇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사업단에 참여했는데 지분율이 높은 B건설이 주관사를 맡았다.

A씨는 16년 6월 B건설 측에 압력을 행사해 최씨의 업체를 공사현장의 하청업체로 선정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가 먼저 A씨에게 “민자도로의 방음터널 공사를 맡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건설사 측에 “(최씨의) S기술개발과 계약하고 빨리 공사를 진행하도록 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실제 최씨 업체는 이곳 도로의 교량 오배수 시설 설치, 점검 사다리 설치, 방음벽 공사 등 6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를 수주받았다.

최씨, "업계 뿌리 깊은 관행" 억울함 호소 

A씨는 이를 대가로 최씨로부터 약 11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A씨와 자주 만나면서 그때그때 20만~40만원씩 용돈 형식으로 돈을 건네거나 명절 등에 꾸준히 금품을 건넸다”고 밝혔다. 경찰 적발 뒤 두 사람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최씨는 “나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업계에 뿌리 깊은 관행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경찰은 최씨를 뇌물공여 및 입찰방해 혐의로, 공무원 A씨는 뇌물수수 및 직권 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상당수 확보된데다가 A씨는 공무원 신분인 등 도주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범행 금액도 비교적 적은 편이라 따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최씨와 이번에 논란이 된 특감반 김모 수사관의 관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는 인물이라 최씨에게 김 수사관과의 관계에 대해 따로 묻진 않았다”며 “김 수사관은 특수수사과에 찾아왔을 때도 자신의 신분을 밝혔을 뿐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특정인의 수사 상황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김 수사관에 대해 별다른 응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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