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수산물 유통 투명해야 신뢰 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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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올해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단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BTS는 지난 5월 우리나라 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며 K팝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팬들의 반응을 두고 55년 전 비틀스에 견준다고 평가할 정도로 그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기고

직간접 경제 효과가 무려 2조원에 달한다는 BTS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평론가는 무대 뒤의 꾸밈없는 일상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했던 진실성이 팬심을 두텁게 했다고 분석한다. 이름처럼 무대 뒷모습(Behind The Scenes)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중소형 기획사 소속으로 방송 출연 기회가 적었던 BTS는 유튜브·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것이 팬들과 끈끈한 친밀감을 쌓아 전 세계적으로 팬층을 얻는 계기가 됐다.

이제 대중문화계에서는 신비주의보다 스타의 무대 뒷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마케팅 전략이 대세라고 한다. 이는 비단 대중문화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산업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조하고 제품의 무대 뒷모습을 활용한 ‘BTS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BTS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의 제작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있다. 과거처럼 모델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제품을 광고하지 않고 제품 제작과 유통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신뢰와 친밀감을 얻는 것이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BTS 마케팅이 강조되는 분야가 바로 식품이다. 소비자는 내가 먹는 식품이 어디서 생산되고 어떤 가공·유통 과정을 거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축산물이력제와 같은 각종 이력제도가 도입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산물의 경우도 2008년부터 자율적으로 참여한 40개 품목을 대상으로 이력제를 시작했다. 수산물이력제 도입 이후 스마트폰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의 이력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수산물이력 마크가 있는 수산물은 국가가 관리하고 보증하는 국내산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수산물이력제를 자율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업체의 참여도에 한계가 있었다.

올해 12월부터 수산물이력제가 새롭게 발돋움한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굴비와 생굴을 대상으로 이력제 의무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우선 시범사업 첫해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로 납품되는 유통 경로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참여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이력제가 빠짐없이 적용돼 수산물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브랜드화한다면 소비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소비자는 상품에서 신뢰와 진실성을 찾는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팬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선 BTS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그저 믿어 달라고 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다. 유통 과정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수산물이력제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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