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CoverStory] 오늘 연애운 ^.^ 작업 한번 걸어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타로 점(占)' 보신 적 있으세요? 형형색색의 화려한 카드로 내면을 읽고 미래를 예언한다는 바로 그 타로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그 타로에 빠진 사람이 부쩍 늘었답니다. 점으로서가 아니라 '나'를 알게 해주고, 심리적 난관을 극복하게 해주고, 가족과 대화 물꼬를 트는 '마음읽기' 도구로 말이에요. '다빈치 코드' 같은 작품 속 오컬트 전통, 종교적 신비주의와도 닿아 있다니 흥미롭죠. 10대 소녀도, 40대 아저씨도 즐겨 갖고 노는 서양 문화의 또 다른 원류. 타로 카드의 신비 속으로 빠져 볼까요.

글=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치과기공사 신효진(24)씨. 3년 전 도안이 예뻐 무작정 타로 카드를 샀다.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카드의 의미를 파악하려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덕분에 세상 보는 눈이 더 어른스러워졌죠. "

예술치료사 신차선(33)씨. 청소년 치료를 주로 하는 그는 상담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타로를 배웠다. "좀체 입을 열지 않던 아이들도 카드를 꺼내면 눈빛이 달라져요. 때론 간단한 해석법을 알려주고 아이들끼리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데, 의외로 쉽게 아픔과 고민을 나누더군요."

타로 매니어가 늘고 있다. 카드를 모으고 해석법을 익힌다. 자신과 가까운 이들을 위해 카드 속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심리학과 영성, 상담치료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다.

"타로의 용도는 다양합니다. 성격 판별, 심리 분석, 게임, 영성 개발 등에 두루 쓰이죠. 점술도 그중 하나고요." 타로 마스터인 김희수(동방대학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씨의 설명이다. 타로 카페 '퍼플레인'을 운영하는 서동열씨는 "타로는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타로카드에는 저마다 상징성 강한 그림이 들어 있다. 어떤 카드를 뽑았느냐, 그 상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주체의 내면 풍경이 밖으로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매니어들은 타로 해석을 '점'이 아닌 '상담'이라 부르곤 한다.

심리상담가인 최성례(42)씨는 일뿐 아니라 가족 관계에도 타로가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성격카드(다음 쪽 '성격카드 찾기' 참조)를 통해 알게 된 각자의 성향을 고려해 서로 조심하다 보니 짜증낼 일이 줄더군요. 갈등이 있을 때도 카드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리고요."

카드를 도안하기도 한 임미옥(29.일러스트레이터)씨는 "해석 결과가 꼭 맞거나 그로 인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손연화(31)씨는 "타로를 할 줄 안다면 너도나도 상담을 청한다. 쉽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타로 마스터.타로 리더(Reader)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 곧 점술가인 것은 아니다. 샨티대학원대학교 이선화(상담학) 교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다만 직관이 뛰어나고 경험의 폭이 넓은 이가 더 좋은 상담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 타로동호회 회장인 윤아영(26) 씨는 "간혹 타로를 이단으로 보고 배척하는 종교인이 있다"며 "타로는 취미 활동이나 자기수련법에 가까운 만큼 종교를 가졌다 해서 심적 갈등을 겪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실제로 동호회원 중에는 기독교. 천주교.불교 등 종교를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사진 제공=『타로 카드 100배 즐기기』(물병자리)

영화에 번쩍 소설에 번쩍

미스터리 단골 소재 … 게임·애니에도 자주 등장

타로는 소설.영화.게임.애니메이션 등 각종 대중문화 생산물들의 주요 이미지 공급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타로 카드의 상징체계 안에는 연금술, 성배 전설, 초자연적 주술.심령.점술.예언 등을 뜻하는 오컬트,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 영지주의(靈知主義 .그리스 철학과 동양의 여러 종교 관념 및 그리스도교 교리를 혼합한 사변적 종교철학) 전통 등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모두 요즘의 대중문화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주제들이다.

개중에는 분위기만 물씬 풍기는 게 아니라 실제로 타로 카드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다빈치 코드'에서 타로 카드는 '잃어버린 예수의 신부와 사악한 교회에 굴복한 그녀'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묘사된다. 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뒤마 클럽'은 아예 타로의 주요 이미지들을 살인 사건을 푸는 결정적 열쇠로 제시한다. 타로 카드 매니어인 스티븐 킹도 '타로 카드'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 영화 중에는 최근 개봉작 '파이널 데스티네이션'부터 '레드 바이올린'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파니 핑크' '007 죽느냐 사느냐' '데드 얼라이브'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의 계단' 등 더 많은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타로 카드 이미지를 작품 속에 적극 수용하고 있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주인공은 아예 타로 카드 매니어다. '카드 캡터 체리'나 '유희왕' 등의 스토리텔링은 타로 카드의 상징과 게임 규칙을 상당 부분 차용해 온 것이다.

미국.일본 등의 유명 만화가들은 직접 타로 카드 도안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타로 카드'로 불린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타로가 일반화된 미국.유럽 등지에는 '반지의 제왕' 타로 카드, '해리포터' 타로 카드 등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타로 카드는 종종 열혈 대중문화 팬들의 수집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타로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장르의 '어버이'이기도 하다. TCG란 카드를 모으고 교환하는 보드 게임의 일종. 효시는 1993년 미국 수학자 리처드 가필드가 개발한 '매직 더 게더링'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두 명의 마법사가 카드를 이용, 결투를 벌이는 구성으로 돼 있다. 세계적으로 3500만 명의 매니어를 거느리고 있다 한다.

타로 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 22장, 마이너 아르카나 카드 56장 등 총 78장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7000여 종의 도안이 유통되고 있다. 14세기 후반 이슬람에서 유입됐다는 것이 정설.

타로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전문서적을 읽거나 강좌를 수강한다. 한국타로학회(ktarot.com), 동방대학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샨티대학원대학교 등에도 전문과정이 개설돼 있다. 인터넷 동호회 가입도 한 방법. 타로학회에서 일정한 심사를 거쳐 '마스터' '카운셀러' '리더' 등의 자격을 주고 있으나 아직 보편화한 것은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