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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수호대, 태영호 협박…“민족 배신자 최후 알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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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결성된 ‘백두수호대’ 소속 회원들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칼럼을 게재하는 대북 전문매체에 몰려가 태 전 공사 칼럼을 더는 싣지 말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태 전 공사에게 ‘마지막 경고’ ‘배신자의 최후’ ‘반(反)국가활동’ 등의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제히 보냈다. 또 태 전 공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더 이상 강의나 방송에 출연하지 말라”고 했다.

국민통일방송 데일리NK의 이광백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두(김정은)수호대가 찾아왔다”며 “얼굴에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는 피켓과 유인물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4층에 있던 제작진과 기자들에게 ‘태영호 칼럼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며 “시위대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2층 회의실로 안내했지만 ‘그냥 가겠다’며 1층으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주사파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찾아온 젊은이들이 자꾸 안쓰럽게 생각돼서 한 번 더 간곡하게 부탁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식적으로 태 공사 칼럼을 중단하라는 이유를 듣고 싶고 우리가 왜 태 전 공사 칼럼을 제작해 방송하는 이유도 그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두수호대 회원들에게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차 한잔하면서 대화를 권했으나 그들은 “유인물에 있다. 별로 대화할 필요는 없을 같다”며 거절했다고 적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앞서 백두수호대도 지난달 29일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태 전 공사에게 보낸 다섯 건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내용에는 “민족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지 알 것”, “가만히 있으라” 등의 협박이 담겼다. 이외에도 “방송과 언론사 인터뷰 등에서 태영호씨가 나오는 것을 매일같이 챙겨보고 있다. 당신의 행적을 항상 주시하고 따라가고 있다”는 물론 “남북 관계를 망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을 보니 울화가 치민다”, “배신자 주제에 어디서 이래라저래라 떠들고 다니느냐”라는 문구도 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백두수호대는 ‘서울정상회담 방해세력’ 수배지를 만들어 뿌렸다. 여기에는 태 전 공사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태 전 공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지연대한애국당 대변인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배지에 “위 사람들을 보면 연락 달라. 백두수호대가 (태 전 공사 등을)찾아가서 담판 짓겠다”고 썼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검경은 소위 ‘백두수호대’의 태영호 전 공사 등 대북인권활동가들에 대한 부당한 협박행위를 즉각 수사하라”고 밝혔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백두칭송위원회, 위인환영단 등 김정은 위원장을 미화하는 친북단체들의 행동이 도를 넘고 있다”며 “현 남북관계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눈 감아 줄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뜻과 다르면 민족반역자로 몰아붙이며 위협하는 행위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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