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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막는다' 자살예방정책 기관 협업 체계부터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지자체와 관계 기관이 제대로 협업하지 않아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국회 자살예방포럼(공동대표 원혜영·주승용·김용태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5차 정책세미나 ‘자살예방, 각 기관의 역할과 대책’을 열었다.

29일 오전10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자살예방포럼이 열렸다 김태호 기자

29일 오전10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자살예방포럼이 열렸다 김태호 기자

 이날 발표를 맡은 이해국 가톨릭 의대 교수는 "자살예방을 위해 부처·기관 간 역할 분담과 기능 정리가 잘 안 되면 (자살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란 상당히 어렵다"며 “이들이 지속 가능한 소통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자살예방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에 비해 협업체계를 잘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국립정신건강센터 안에 자살 종합대책추진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는 자살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 자살 대책을 만들었다. 또 지역별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분석한 데이터로 전국·지역별 맞춤형 정책패키지를 설계했다. 중앙 정부는 지역의 데이터를 토대로 유형별 정책을 제시하고 지자체는 지역의 데이터를 모아 중앙 정부에 보고하고, 자기 지역에 맞는 정책을 골라 실제 실행에 옮기는 식이다. 미국은 2010년 정부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자살예방사업 ‘컨트롤 타워’인 NAASP(National Action Alliance For Suicide Prevention)를 만들어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로 기록됐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한국인은 1만2463명으로 전년보다 629명(4.8%) 줄었다. 자살자 수는 2013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지난해 23명이다.

정부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자살률을 2022년 17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한국엔 제대로 된 자살예방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총리실이 주관하는 협의체 정도만 운영됐다. 이 교수는 “총리실 산하 자살예방정책 점검협의회·정책협의회는 임시회의체 성격으로 법적 근거가 취약했다”라며 “어느 기관에서도 자살률 감소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관협업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책 실행력이 약하다는 얘기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3일 국무총리가 직접 이끄는 자살 예방 정책 전담 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최근 법 개정 통해 총리가 직접 이끄는 상설위원회 설치로 자살예방정책 실행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은 보완 될 것"이라며 "(위원회가)자살예방정책 추진에 강한 실행력 가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자살 시도자의 건강보험 자료 수집을 통해 지역별 자살예방정책 수립 및 상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황순찬 센터장은 ”지자체에 개개인별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사업 구축 필요하다“라며 "지자체가 자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앞서 지적된 것처럼 중앙정부와의 실질적인 협업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과제나열식 사업 소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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