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찰 인사 불공정하다” … 경찰 간부의 항명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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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불공정하다”는 현직 경찰 고위 간부의 항명사태는 그동안 안에서 곪던 것이 마침내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캠코더 인사’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상명하복의 경찰 조직 내부에서 불공정 인사를 문제 삼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항명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적폐몰이’와 연관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경찰대(2기) 출신인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은 어제 단행된 치안감 승진 인사에서 누락되자 ‘인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기회는 평등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평등·공정·정의’를 비유하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송 경무관은 치안 성과 평가에서 4년 내리 최우수 등급을 받을 정도로 승진 자격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승진 탈락과 관련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서울청 기동본부장이었다는 경력이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과거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공무원들에게 불이익을 줘 온 현 정부의 비뚤어진 인사 행태가 답습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공직사회는 적폐몰이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검찰·법원·국가정보원은 물론 교육부·노동부·문화부 등 일반 행정 부처에선 과거 정권에서 요직에 있던 인물들을 지목해 직권 남용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하거나, 강제로 옷을 벗기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헌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이 보장돼 있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과거에 당연히 한 공무 수행을 마치 적폐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는 전조일 수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인사의 진상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