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면 들어간다 … 양홍석의 3점슛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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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로 2년차 포워드 양홍석은 평소 NBA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슛 연습을 한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이 돋보이는 양홍석을 앞세운 부산 KT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프로 2년차 포워드 양홍석은 평소 NBA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슛 연습을 한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이 돋보이는 양홍석을 앞세운 부산 KT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전)태풍이 형, 저 전자랜드가 아니라 KT 선수라는 거 이젠 확실히 알았죠?”

돌풍 KT ‘양궁 농구’ 이끌어 #최하위서 2위로, 1년 만에 대변신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 강백호 닮아 #"선두 현대모비스 잡고 1위 갈 것”

29일 경기도 수원 올레빅토리움에서 만난 프로농구 부산 KT 돌풍의 주역 양홍석(21)은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주 KCC 전태풍(38)의 ‘저격’에 양홍석이 실력으로 ‘응수’한 건데,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10일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전태풍은 대기실에 있던 양홍석을 향해 “너 누구냐? 전자랜드 선수냐?”고 물었다. KT 대표로 행사에 참석한 양홍석이 누군지 몰라 전자랜드 선수로 오해한 것.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한 양홍석은 첫 시즌 내내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 양홍석은 평균 7.6점·4리바운드에 그쳤다. 소속팀 KT는 10개 팀 중 최하위에 그쳤다.

그랬던 KT가 올 시즌 180도 달라졌다. 우선 12승6패로 2위를 달린다. 지난 시즌 KT는 54경기에서 10승에 그쳤다.

 프로 2년차 포워드 양홍석은 평소 NBA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슛 연습을 한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이 돋보이는 양홍석을 앞세운 부산 KT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프로 2년차 포워드 양홍석은 평소 NBA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슛 연습을 한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이 돋보이는 양홍석을 앞세운 부산 KT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달라진 비결은 바로 올 시즌 KT가 선보이고 있는 ‘양궁 농구’다. 화살이 과녁 중앙에 꽂히듯, KT의 3점 슛은 정확하게 림에 꽂힌다. 올 시즌 3점 슛 성공(경기당 11.2개)도, 성공률(37.9%)도 1위다. KT ‘양궁 농구’의 주역이 바로 1997년생 프로 2년 차 양홍석이다.

양홍석은 지난 23일 SK전에서 3점 슛 5개를 꽂아넣었다. 25일 KCC전에선 23점을 기록했다. 그의 활약으로 KT는 7년 만에 5연승을 달렸다. 그는 최근 3경기에서 65점을 몰아쳤고, 리바운드도 26개나 잡았다.

양홍석은 “이젠 태풍이 형이 내 소속팀을 확실히 알 거다. 올 시즌 경기장에서 두 번이나 태풍이 형을 찾아가 ‘전자랜드에서 KT로 이적한 양홍석입니다’라고 농담을 건넸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 시즌의 나는 100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한 선수였다. 태풍이 형 말에 자존심이 상하기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고향 전주에서 중학교에 다녔다. 그 시절 전주 연고 팀 KCC에서 날아다니던 태풍이 형 모습을 보며 자랐다”고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올 시즌 KT 지휘봉을 잡은 서동철(50) 감독은 “홍석이가 지난 시즌까지 ‘막농구’를 했다. 학창 시절 팀의 에이스라서 혼자서만 ‘막’했다. 그런데 프로 2년 차가 되면서 팀플레이를 할 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홍석도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도 많이 움직이려고 한다. 또 수비와 궂은일도 마다치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프로 2년차 포워드 양홍석은 평소 NBA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슛 연습을 한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이 돋보이는 양홍석을 앞세운 부산 KT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프로 2년차 포워드 양홍석은 평소 NBA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슛 연습을 한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이 돋보이는 양홍석을 앞세운 부산 KT는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시즌 내내 양홍석이 기록한 3점 슛은 32개였다. 올 시즌엔 벌써 23개를 넣었다. 일 년 만에 좋아진 비결이 뭘까. 양홍석은 “외국인 선수 로건이 ‘슛을 쏠 때 공을 보지 말고 림을 보라’고 조언해줬다. 또 매일 슛 연습을 300~500개씩 하고, 농구일지도 쓴다. 쉴 때도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 더마 드로잔(샌안토니오) 경기 영상을 본다”고 소개했다.

또 하나. KT는 지난 시즌 4쿼터 역전패가 유난히 많았다. 심리적인 면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올 시즌 심리주치의를 영입해 활용하고 있다. 양홍석은 “‘자신 있게 하라, 팀을 위해 뛰어라’ 등등 조언이 실제로 힘이 됐다. 우리 팀은 젊은 팀이라서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궁농구’로 확 바뀐 KT

‘양궁농구’로 확 바뀐 KT

양홍석은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처럼 열정적이고, 서태웅처럼 득점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홍석은 “지난 시즌 KCC전에서 루즈볼을 잡으려고 중계석에 몸을 던진 적이 있다. 그 경기에서 KBL 역대 최연소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최연소 트리플 더블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재학 중 프로 무대에 뛰어든 양홍석은 “미팅을 못 해본 건 아쉽다”면서도 “지난해 국가대표팀에 뽑혀 박찬희(전자랜드), 오세근(인삼공사) 형 등을 보면서 ‘빨리 프로 무대에 부딪히는 게 농구 인생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난 욕심도 많고 야망도 크다. 대표팀에 또다시 뽑혀 이승현(상무) 형처럼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KT의 연습 체육관에는 ‘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한다. 그러나 팀워크는 우승을 가져온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55)의 명언이다.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밝은 에너지를 뿜어낸 양홍석은 갑자기 “그런데 이기면 우승하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2위까지 올라왔으니 내친김에 1위까지 가고 싶다. (선두) 울산 현대모비스도 잡겠다”고 다짐했다.

양홍석은 …

출생: 1997년 7월 2일(전북 전주)
체격: 1m95㎝, 90㎏
포지션: 포워드
경력: 프로 2년차
출신학교: 부산중앙고-중앙대
올 시즌 기록: 평균 11.8점, 5.9리바운드
(지난 시즌 7.6점, 4리바운드)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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