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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의 뉴튼은 의대를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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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공계 대학 교수와 연구소 연구원 등 4백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시 과학기술자가 되겠다는 답변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4%는 법조인이나 의료인으로 전직하고 싶다고 한다.

올해 1학기에 서울대 공대 1학년 52명이 의대와 한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했다고 한다. 중앙일보의 '대학생 기획.탐사 보도 공모전'에서 최우수 작으로 뽑힌 기사는 "한국의 뉴튼은 의대를 간다" 였다. 요즘 과학고 출신의 진로를 잘 말해준다.

이처럼 수험생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한탄과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이공계 위기 타개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나라의 장래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이공계가 산업을 활성화하고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를 먹여 살릴 분야가 이공계인데 우수한 인재들은 이를 기피하고 직장의 안정과 소득이 보장되는 의학계통으로 몰리니 국가적인 문제다.

고작 공무원에 이공계 졸업자의 진출을 강제적으로 늘리고, 기술고시와 행정고시를 통합하는 식의 단편적인 이공계 우대 정책으로는 이공계 박탈감을 상쇄하기 힘들다.

우선 중.고교 교과과정에서 변호사.의사만이 돈을 잘 벌고 존경받는 직종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은 결국 산업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직업교육 강화가 급선무다.

과학고의 교육과정도 확 뜯어고쳐 과학영재 교육에 전념케 하고, 모두가 동일계통의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학비면제는 물론 연구비와 함께 생활비를 지급하는 유인책도 절실하다.

장기적으로는 기왕에 인재들이 의대와 한의대로 몰려든다면 이들을 국제 경쟁력 있게 훈련시켜 아시아 주변국에서 한국으로 치료받으러 올 정도로 만들어 국부(國富)와 연계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이공계 공백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주변국에서 뛰어난 학생을 유치해 등록금.기숙사 제공 등을 통해 연구.산업인력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