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시로 친형 입원시키려 대기 … 경찰관이 막아 보건소 구급차 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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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뉴스1]

이재명. [뉴스1]

이재명(54·사진) 경기도지사의 친형인 이재선씨(2017년 사망)와 관련해 이모 전 분당보건소장이 “2012년 8월 이 지사의 지시로 재선씨를 입원시키려고 구급차를 경찰서 정문에 대기시켰다가 경찰이 막아 돌아갔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전 분당보건소장 검찰 진술

당시 재선씨는 성남 중원경찰서에서 존속협박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 전 소장은 재선씨의 강제입원을 반대한 뒤 다른 지역으로 전보된 구모 전 소장의 후임자였다. 이 전 소장은 검찰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해외출장 중에도 입원 독촉 전화를 하는 등 윗선의 지시에 따라 시도했던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식의 대면 진단 없는 불법적인 강제입원 시도가 2012년 4~9월 사이에 두 차례 정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보건소장이 입원을 시도했던 8월에는 입원 절차와 요건이 다 갖춰진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도 “이런 구체적인 내용은 지사님도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소장은 당시 재선씨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중원경찰서 수사관들의 반발과 구급차에 동행했던 정신과 전문의의 만류로 부담을 느껴 돌아갔다고 한다. 지난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 전 소장은 “경찰관에게 재선씨를 데려가면 감금죄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당시 이 전 소장과 재선씨의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 보건소장에 “감금죄” 경고 … 이재명 측 “적법한 절차로 진행” 

이 전 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구급차를 타고 경찰서에 갔을 때부터 부담을 느꼈고 자의로 돌아온 것”이라며 “주위에 있는 많은 공직자가 나를 피해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입원이 적법한 절차였다고 주장하는 이 지사에 대해선 “검찰이 곧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나.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진술로 볼 때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시도한 이 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위해 당시 정신보건법과 보건복지부 지침이 규정한 ‘대면 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을 이 전 소장에게 지시했다는 것이 핵심 근거다.

이 지사 측은 이런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른 참고인들의 일방적인 진술일 뿐”이라고 밝혔다. 강제입원을 반대했다는 구 전 소장의 인사조치는 “성남시청 정기 인사 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형님 재선씨가 당시 공무원에게 소란행위, 어머니에게 방화·살해 협박, 상해 등을 저질렀다”며 “타인을 위해할 가능성이 컸지만 대면 진단을 거부해 강제진단을 시도했고 2년 뒤에 재선씨를 강제입원시킨 것은 형수”라고 반박했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쯤 이 지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51)씨가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27일 이 지사의 자택과 집무실·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은 압수 대상이던 김씨의 옛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의 영장 신청을 수차례 반려한 뒤 이뤄진 압수수색이었지만 허탕을 쳤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8일 “검찰 내에 이 지사 비호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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