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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20년 집권"에 한국당 발끈한 속내는…"반복 세뇌로 대세될까 우려"

중앙일보

입력

야권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의 말씀을 제가 듣고 좀 짜증이 난다"며 "개혁의 '개'자도 손을 못 대면서 20년 집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연금개혁, 규제개혁, 노동개혁, 공공개혁도 하자고 얘기하면서 20년 집권 운운하면 야당 입장에서도 미안한 감이 있고, 우리가 잘못하는 부분이 뭔가 생각할 텐데 밑도 끝도 없다”며 “우리 사회 경제를 어떻게 살리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를 얘기하라. 그러지 않고서 20년 집권을 이야기하니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의 "우리는 아주 극우적 세력에 의해 통치돼왔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반역사적"이라며 "막연히 상대를 무시하는 건 정말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과 홍영표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과 홍영표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당원토론회에서 “복지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민주당이 집권해) 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우리가 놓치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반드시 잘 준비해서 내후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2022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 당 현대화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20년 집권’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20년 집권 플랜’을 앞세워 대표에 당선된 그는 지난 9월에는 “앞으로 대통령 10번은 더 당선시키겠다”라고도 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도 비판에 나섰다. 그는 “이해찬 대표가 20년 집권 운운했는데, 그 목표가 사회주의 좌파 베네수엘라 체제인 거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체제가 최소한의 버팀목인 막대한 석유를 갖고서도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20년 집권체제를 위해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석유가 아니고 북한이라면 오판 중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시도하는 게 뒤바꿀 수 없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라며 "대한민국 사회와 정치체제가 (현 정부에 의해) 어디까지 장악됐는지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반발했다. 이종철 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대표가 20년 집권이니 50년 집권이니 ‘중구난방’으로 논하는 동안 집권 2년 차 국민의 겨울은 움츠릴 어깨도 모자랄 정도로 차갑기만 하다"며 "냉수 마시고 정신 좀 차려주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경제 악화 등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20년 집권론’의 비판 근거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음주운전에 태양광 사업 비리 등 말기적 증상”이라며 “보좌진 기강부터 무너지면 민심이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년 집권론'에 대한 야권의 거센 반발에는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현 정부의 지지율이 꺾임에도 그 반사이익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재 야권의 위기의식이 표출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 국면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권의 '20년 집권론'에는 '비록 우리가 못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체할 수 있는 세력이 있는가. 없다'라는 반복 세뇌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의 독주를 저지할 보수 진영의 구심점이 나오지 않는다면 민주당 장기집권론은 자칫 대세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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