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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찾은 박원순 “내가 움직이면 뉴스…조심스럽다”

중앙일보

입력

23일 부산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운대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23일 부산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운대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제가 움직이면 뉴스가 된다.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조심스럽다.”

자기정치 나섰다는 시각 지배적…부울경에서 2박3일 머물러

23일 부산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은숙 부산진구청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지난 22일 여야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합의한 이후 박 시장에게 시선이 집중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국정조사 합의가 이뤄지자마자 “정치적 공세”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국정 조사 합의에 대해 “두 번의 국정감사를 통해서 실체가 판명됐는데도 또 국정조사를 한다”며 “만에 하나라도 있을 비리에 대해 과감하게 척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 시장의 부산 방문은 한 달 전부터 기획됐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문치웅 서울시 대외협력보좌관은 “박 시장과 인연이 있는 홍순헌 해운대구청장과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이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부산 방문을 요청했다”며 “부산시와 ‘제로 페이’ 협약을 맺는 것을 계기로 부산을 오게 됐다.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권 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PK(부산, 경남) 지역을 박 시장이 2박 3일 동안 머무르는 것도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박 시장이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말을 한다”며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부·울·경에서 입지를 더 넓히기 전에 박 시장이 사전포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3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진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언론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옥탑방 체험을 언론에서는 쇼라고 하는데 현장에 가면 답이 나온다”며 “주민들이 주차난을 호소해 공유주차장을 만들고 공유 차량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서울 시정을 이끌면서 만든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상당 부분 이어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만들어낸 인간 중심의 시정을 문재인 정부에서 이어받았다”며 “한국사회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거문화 변화를 꼽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문재인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창인 승효상 건축가를 총괄건축가로 임명하고 동사무소 하나 고칠 때도 관여하도록 했다”며 “아파트 공화국이 아닌 아름다운 집이 서울에 있어야 관광도시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평양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이 대동강 수질 개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해왔다”며 “서울시는 한강을 정화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 교역이 되면 엄청난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부산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산진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진구청]

23일 부산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산진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진구청]

특강을 마친 박 시장은 부산 연제구로 이동해 부산시 의원들과 오찬을 했다. 이어 평소 가깝게 지내던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해운대문화복합센터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박 시장은 오후 2시부터 ‘서울시 혁신정책과 지역 상생’을 주제로 해운대구청 공무원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이후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난 박 시장은 부산-서울 협력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24일에는 오전 일찍 부산 종교계 인사와 자리한 뒤 그린 트러스트 걷기 행사에 참여한다. 오후에는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기장 지역위원장 초청으로 기장군을 방문, 정관읍 주민자치회관에서 강연한다. 최 위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에서 공동본부장을 역임했다. 부산 일정 이후 박 시장은 경남도청을 찾아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제로 페이’ 홍보전에 나선다. 이어 고향 창녕을 찾은 뒤 상경할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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