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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영자 현상’이 울린 경고음 새겨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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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가장 낮게 떨어져 5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하락세는 8주 연속 이어지고 심화돼 50%대 지지율 자체가 위협받는 모양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갈 때도, 떨어질 때도 있다.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의 측면이 있다. 70%대 지지율이 집권 기간 내내 계속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그동안의 고공 지지율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문 대통령의 개인적 면모에 기반한 측면이 컸다. 이젠 집권 세력의 실력으로 냉정하게 평가받는 시점이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건 민심 이반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다.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건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 악화다. 심각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20대와 얼어붙은 서민 경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대거 지지를 철회했다. 이들이야말로 문 대통령의 강고한 지지층이었다는 점에서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 현상’이란 신조어까지 나돌게 된 건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남 지역과 중도·보수층이 크게 이탈한 원인도 깊이 따져봐야 한다. 남북 관계가 답보에 빠진 상태에서 안보를 둘러싼 남남갈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졌다. 적폐청산 수사가 끝없이 계속되지만 뚜렷한 개혁 성과는 없고 무사안일에 젖은 관료주의엔 변함이 없다. 국정이 일방통행식으로 운영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불통이 일반화됐다는 느낌도 만들었다.

문 정부는 지지율 추락이 주는 민심의 함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전력 질주해야 한다. 내 주장만 옳다는 독선을 지양하고 반대편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사실 그게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다짐이다. 하지만 지금 그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