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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상파의 떼쓰기 … 넷플릭스 막아달라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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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이자 콘텐트 명가인 넷플릭스와 손잡은 인터넷TV LG유플러스에 제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콘텐트 공룡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날로 입지가 좁아지는 지상파의 위기의식은 이해하지만 민간 기업의 신규 서비스 중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

지상파 등 40여 개 방송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LG유플러스가 근시안적 경영방식으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관련 사업을 전면 철회하길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LG유플러스의 불공정한 넷플릭스 연동형 서비스가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 전반을 파괴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현실적인 국내 사업자 보호 정책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시장 보호가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유튜브를 통해 K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듯 우리 콘텐트가 세계로 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하며, 그에 앞서 지상파의 경쟁력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에 제작 투자하며 국내 방송계의 ‘큰손’으로도 부상했다. 웬만한 극본은 넷플릭스부터 찾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상파 방송들은 최근 광고매출 하락을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간광고 허용, 가상·간접광고 규제 개선 등의 답을 얻어낸 바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은 시청률이나 영향력 면에서 유료방송 등에 밀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막아 달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경쟁력을 강화해 그들에게 맞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상파의 자기 이해가 시청자의 다양한 프로그램 선택권에 앞서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