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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대법관 후보 15인 추천 - 이용훈 대법원장, 누구를 제청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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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용훈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오른쪽 부터) 등 대법관 제청자문위원들에게 대법관 후보 추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위원장 송상현 서울대 법대교수)가 5일 추천한 대법관 후보 15명은 균형을 이뤘다는 게 특징이다. 현직 법관 10명, 학계와 검찰 인사 각 2명, 변호사 1명이다. 법원 내부와 외부 인사들을 적절히 안배한 것이다. 서열에서도 큰 파격은 없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다음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강신욱.이규홍.이강국.손지열.박재윤 대법관 후임자 5명을 7~9일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자문위가 추천한 내용은 참고사항이다. 논리적으론 전혀 다른 인사들을 제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추천된 15명 중에서 대법관 후보를 고를 가능성이 크다.

자문위가 법조계.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인사들과 이 대법원장이 직접 추천한 인사들을 상대로 심사한 만큼 자문위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김황식.김지형.박시환 대법관도 자문위가 추천한 9명 중에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한 전례도 없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 "대법관 따라 법 해석 잣대 달라져"=이번에 대법관 5명이 바뀌면 지난해 9월 이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전체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 중 모두 8명이 바뀌는 것이다. 물갈이 폭이 최대 규모로 후임 대법관들은 노 대통령 임기 이후인 2012년까지 재직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용훈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 등 모두 12명이 새로 임명됐다. 대법관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자리다. 대법관의 성향에 따라 주요 현안에 대한 법 해석의 잣대도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사회 흐름과 법질서도 바뀌게 된다.

◆ "추천된 정통 법관, 파격 없었다"=자문위가 추천한 15명 중 평생 법관으로 요직을 두루 거친 이른바'정통 법관'은 10명이다. 사법시험으론 14회 2명(이우근.이홍훈), 15회(박일환), 16회(민형기), 17회(김능환.김종대.차한성), 18회(신영철.전수안), 19회(목영준) 등이다. 지난해 대법관에 오른 김지형.박시환 대법관이 사시 21회인 점을 감안할 때 조직 안정에 힘을 실어준 인선이다.

법원 내부 인사의 경우 기수.출신지 안배, 평판, 재산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10명 중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는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김종대 창원지법원장, 차한성 청주지법원장 등 3명이다.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의 경우 유일하게 여성 중에 추천됐다. 발탁될 경우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제2의 여성 대법관이 된다. 이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인사.여성 발탁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카드다.

◆ "현직 변호사도 한 명 추천돼"= 한상호 변호사(사시 16회)가 추천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조사국장, 법원도서관장, 의정부지원장 등을 지내는 등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자문위가 한 변호사의 치밀한 판단력과 조정 능력을 인정해 대법관 후보로 전격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또 이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학계.검찰 출신 인사 중에서도 대법관 후보를 임명 제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 출신으론 안대희 서울고검장과 김희옥 법무부 차관이 경합하고 있다. 안 고검장은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검사'로 알려졌다. 부산고검장으로 재직할 때 '조세형사법'을 펴냈다. 김 차관은 검찰 내 대표적인 학구파로 꼽힌다. 비(非)서울대 출신(동국대)인 점도 강점이 되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서 김지형 대법관이 유일하게 비(非)서울대 출신이다.

학계 출신으론 양창수 서울대 교수와 채이식 고려대 교수가 추천됐다. 양 교수는 민법 분야의 전문가다. 채 교수는 1993년 국제해사기구(IMO) 법률위원회 정부 수석대표로 활동했고, 현재 법무부 상법(해상법) 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파격 인사 가능성 줄 듯=법원공무원노조와 참여연대가 추천한 재야 인사들은 빠졌다. 참여연대는 변호사로는 유일하게 조용환(47) 변호사를 추천했다. 조 변호사는 현 정권 출범을 도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창립 멤버다. 법원공무원노조가 추천한 송두환.채방은 변호사도 탈락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100여 명의 선배 법관을 제치고 김지형.박시환씨를 발탁했던 이 대법원장의 파격 인사가 이번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 대법원장이 자문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선 법관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인사를 발탁할 경우 조직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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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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