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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선사에 '1조 LNG선' 발주···7000억 금융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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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에 7000억원의 신규 금융지원이 이뤄진다. 중소 조선사를 타깃으로 한 1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도 진행될 계획이다. 22일 정부는 국정현안조정점검 회의를 개최해 이런 내용의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2016년과 올해 4월 나온 대책이 중대형 조선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그간 소외됐던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를 중심으로 했다. 최근 시황 회복에 따라 대형조선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늘고 있지만, 중소 업체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 방안은 ▶LNG 연료선, 탈황설비 등 중소형 선박 시장 창출 ▶금융·일자리 문제 등 단기 애로 해소 ▶중장기 기술력 제고가 핵심이다.

먼저 2019년~2025년 LNG 연료선 140척(1조원)을 중소 조선사에 발주하기로 했다. 1조원은 국내 중소 조선사(78개사)의 지난해 매출 총액(6012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선가 보조를 통해 미세먼지 배출이 큰 예인선 2척을 내년에 LNG 연료선으로 전환하는 게 시작이다.

윤성혁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 과장은 “LNG 연료선 적합 선종에 해당하는 관공선은 2020년부터 LNG 연료선으로 발주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민·관이 2조8000억원을 들여 LNG선 연료공급(벙커링) 인프라스트럭처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LNG 벙커링 공급능력을 2019년 30만톤에서 2022년 70만톤으로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금융 부문 지원도 이뤄진다. 7000억원 규모의 신규 금융지원과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이 골자다. 우선 1000억원 규모의 신보·기보 보증을 통해 기자재 업체 한 곳당 최대 30억원(기존 보증 제외)의 제작금융이 지원된다.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조선사들을 위해 RG 보증 규모를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70억원 이상 중형선박에도 RG를 보증하기로 했다. RG는 조선업체의 선박 발주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물어주기로 약정하는 보증을 뜻한다.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 관련 업체들이 '산학융합지구' 조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 관련 업체들이 '산학융합지구' 조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정부가 RG 규모를 확대한 것은 일감을 따냈어도 제작 금융이 부족해 포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에 그리스에서 선박 7척을 수주했다가 산업은행의 RG를 받지 못해 일감이 취소됐고 지난 9월 가까스로 탱커 2척의 RG가 발급되면서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겨우 넘기기도 했다.

최근 시장이 급성장 중인 탈황설비(스크러버) 등 친환경 기자재업체에는 높은 제품가격 등을 고려해 무역보험공사 보증을 통해 제작금융 2000억원이 지원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중소 조선사를 위한 초기제작비 금융 지원,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 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올해 말로 임박한 산업위기대응지역(군산·거제·목포 등) 내에서 조선 기자재업체의 1조원 대출·보증은 내년 말까지로 만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또 이번 금융 프로그램 시행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담당자 면책 방안을 추진해 정책 금융기관이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조선업 일자리 문제도 관건이다. 정부는 용접·도장 전문인력 1000명(2019년), 친환경·스마트 전문인력 120명, 해양플랜트 전문인력 40명, 퇴직인력 활용 전문인력 양성사업(600명) 등 조선 관련 일자리도 만들기로 했다.

조선업 고용은 2015년 12월(18만7000명) 이후 32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올해 9월 10만5400명에서 10월 10만5900명으로 늘며 회복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판단으로, 내년 6월까지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을 추진키로 했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수소연료 기반 선박 연구·개발(R&D) 플랫폼 구축사업은 2019년~2023년까지 420억원이 지원된다. 중형선박 설계경쟁력 강화사업(2018~2021년)에는 297억원이 지원된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핵심 기술 100%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우리 조선산업은 연말까지 1200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해 2014년 실적에 근접할 전망이고 올해 수주물량이 건조에 투입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조선산업 회복세를 예상했으나 세계 경기와 국제 유가 등이 혼조를 보이고 지금까지 장기간 지속한 침체를 고려하면 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봤다.

조재호 울산대 교수는 “대형조선사 회생을 통한 연관 기자재 산업의 경기회복이 관건이다”라면서 “대형조선사 회복은 대외경제 여건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 역할은 제한적이고 따라서 정부는 경직된 노동시장, 법인세 인상 등 대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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