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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이어 문 정부 흔드는 ‘민노총 트라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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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집현전에서 국정과제 추진위원회 및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들과 오찬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문 대통령,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집현전에서 국정과제 추진위원회 및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들과 오찬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문 대통령,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노총이 21일 전국에서 총파업을 벌이면서 여당이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민주노총을 향해 연거푸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여권과 노동계 사이엔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노동계와 너무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 입장에서도 좋을 건 없다”고 토로했다. 노무현 정부 때 노조와의 관계가 급랭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 관계 악화 #집권 1년새 지지율 60 → 22% 하락 #여권 내부, 또 사이 틀어질까 긴장 #일부는 “여론 안 좋아 영향 적을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 노총을 찾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노동계와 손을 잡고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 뒤 노 전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위법행위에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철도노조원들을 강제 진압하기도 했다. 이후 노동계는 등을 돌렸다. 대화 창구도 닫혔다. 노무현 정부는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를 잃게 되면서 국정 동력이 약해졌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1분기 국정 지지율은 60%였지만 4분기엔 22%로 급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때) 노정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면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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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화물연대 파업은 장기 파업이었지만 이번 총파업은 단기 파업이라서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의제별 협상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계 개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노총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당 내부에서 총파업에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노사 양측 모두 조금씩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데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도 대화 채널에 합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22일 출범하는 경사노위 회의를 청와대에서 여는 것은 노동계에 대한 강한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노조가 파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과거처럼 사전에 사측의 모든 양보를 받아내 달라는 강경한 요구에 대해선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 말하는 ‘촛불 청구서’나 ‘빚’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부채 의식은 비상식적인 프레임”이라며 “당장 노조 출신인 홍영표 원내대표의 입장 변화를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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