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는 절치부심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두고 웃었다. 다른 한 선수는 주요 부문을 휩쓸면서 웃었다.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열린 2018 LPGA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가장 빛난 두 선수 모습이다.
막 내린 2018 LPGA 투어 #톰슨, 시즌 최종전 우승 … 통산 10승 #주타누간, 최초로 4개 부문 전관왕 #9승 합작 한국 4년 연속 최다 우승
먼저 빛난 선수는 우승한 렉시 톰슨(23·미국)이다. 1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선 톰슨은 합계 18언더파로 ‘와이어 투 와이어(1~4라운드 내내 선두를 이어감)’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이후 매 시즌 1승 이상 거뒀지만 올 시즌 무관에 그칠 뻔했던 터라 톰슨에겐 더욱 의미 있는 우승이다. 지난해 9월 인디위민인테크 챔피언십 이후 1년 2개월 만의 우승이자, LPGA 투어 개인 통산 10승이다.
톰슨 스스로 “내겐 특별한 우승”이라고 평가했는데, 그는 올 시즌 내내 부진했다. 지난해 평균 타수와 CME 글로브 포인트 등 2관왕이었던 톰슨은, 올 시즌 이번 최종전 직전까지 19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톱10 여섯 번에 그쳤다. 시즌 내내 흔들렸던 톰슨은 지난 8월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도 불참했고,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컷 탈락했다.
우승이 간절했던 톰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근 1년간 함께 했던 캐디 케빈 맥알파인과 헤어졌다. 대신 골프백을 멘 건 톰슨의 친오빠 커티스 톰슨(26)이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뛰는 커티스는 동생을 든든하게 챙겨 우승으로 이끌었다.
톰슨은 지난해 이 대회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60㎝ 퍼트를 놓쳐 우승과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모두 놓쳤다. 하지만 올해는 1·2라운드를 보기 없이 마치면서 평탄하게 우승했다. 톰슨은 “오빠가 ‘네가 최고야’라고 힘을 불어 넣어줬다. 편하게 해줬다”며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우승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톰슨 만큼, 아니 그 이상 빛난 선수는 아리야 주타누간(23·태국)이다. 공동 5위(12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주타누간은 시즌 성적 포인트를 환산해 매기는 CME 글로브 포인트(4464점)와 평균 타수(69.415타) 부문 1위를 확정했다. 주타누칸은 앞서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확정해 2014년 CME 글로브 포인트가 생긴 뒤 주요 4개 부문을 휩쓴 첫 선수가 됐다.
CME 글로브 포인트 1위 주타누칸은 이번 대회 우승자 톰슨보다 더 많은 보너스 상금을 받았다. 톰슨의 우승 상금은 50만 달러(5억6000만원), 주타누간의 보너스 상금은 100만 달러다. 올 시즌 총상금 274만3949달러(약 30억9000만원)의 주타누간은 보너스까지 합쳐 LPGA투어 대회에서만 42억6000만원을 벌었다. 주타누간은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자랑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보너스는 가족과 친구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주타누간의 강세 속에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32개 대회에서 9승을 달성했다. 지난해(15승)보다 줄었어도 4년 연속 최다 우승 국가다. 지난 2월 LPGA투어 데뷔전이었던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던 고진영(23)이 신인상을 받았다. 3승을 달성한 박성현(25)이 상금 149만8077달러(16억9000만원·3위)로 가장 많이 벌었고, 유소연(28)이 143만8850달러(16억2000만원·6위), 김세영(25)이 136만9418달러(15억4000만원·7위)로 그 뒤를 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