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출 요구 없었다"…'혜경궁' 진실게임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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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hkkim)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 계정 주인으로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인 김혜경씨로 결론짓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날, 이 지사는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결과를 다시 한번 반박하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혜경궁 김씨 주인으로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인 김혜경씨로 결론 내리고 19일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이다.

김혜경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이 지사 “계정 주인 아내 아냐” #간접증거로 사실 확인 가능할까

같은 날 이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19일 오전 8시40분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계정 주인, 글 작성자는 제 아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더라도 이재명에게 뱉어라. 무고한 제 아내를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아달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경찰은 7개월 동안 4만여 건에 이르는 트위터 게시글을 분석하고, 김씨를 지난 10월 24일과 이달 2일에 불러 조사한 결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를 김씨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이 내세운 증거 중 하나는 카카오스토리와 혜경궁 김씨 트위터, 이 지사 트위터에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시간이 올라온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또 휴대폰 변경 시점도 김씨와 혜경궁 김씨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7월 휴대전화 기기를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변경했는데, 같은 시기에 해당 트위터 계정의 주인도 휴대전화 기기도 바뀌었다. 또 김씨는 전해철 경기지사 예비후보와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시기에 휴대전화 기기와 번호를 바꿔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제시한 내용만으로 김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미국 트위터 본사가 해당 계정의 주인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 이 지사와 검찰 측은 간접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정 주인이 김혜경씨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누군가 계정을 도용하거나 해킹을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계정 주인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계정 소유주와 함께 김씨가 글을 썼다는 사실까지 밝혀내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시점에 휴대전화와 번호를 바꾼 것만으로도 김혜경씨가 트위터 주인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제출하면 자신이 트위터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간단하고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데, 기기와 번호를 바꾼 것을 보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 부인 아니면 이 지사 자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지사는 수사 착수 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7개월 동안 (휴대전화 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상하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경찰이 기소를 결정한 뒤 변호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고 밝혔다. 이 지사에 따르면 수사에 착수했을 당시에는 휴대전화를 제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이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교체를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경찰 입장을 반박한 것이라 앞으로 휴대전화 교체에 대한 양측 간 공방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은 지난 4월 경기지사 예비후보 경선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트위터 유저가 이 지사의 경쟁자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 트위터에는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내용이 올라왔고, 전 의원이 이 계정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전 의원은 지난달 고발을 취하했지만,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가 지난 6월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고 주장하며 다시 고발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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