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CEO,이사람] 우성아이비 이희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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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시 효성동에 있는 우성아이비 본사. 다부져 보이는 중년 남자가 외국인들과 고무보트를 살펴보면서 한창 상담 중이다. 이 회사 이희재(50) 사장이다. 이 사장이 만난 외국인들은 세계 굴지의 보트 판매업체인 캐나다 워커베이의 카를로 리스타 회장 일행. 이날 워커베이는 260대를 시험 발주했다. 잘되면 5년간 3만5000대(5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다. 우성아이비는 1992년에 설립된 고무보트 제작업체다. 수출에 치중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엔 매출(100억원)의 90%를 수출로 벌어들였다. 설립 당시 고무보트의 내수시장이 워낙 작아 종합상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 시장은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브랜드는 돛대 세 개를 단 지중해 범선을 뜻하는 '제벡(Zebec)'으로 정했다. 회사가 다행히 자리를 잡아 그렇지 그의 창업은 무모했다. 국내도 보트산업이 곧 꽃필 것이라는 확신만 있었지, 보트 제작 관련 기술은 전무했다. 인천 청천동에 100평짜리 지하 임대공장을 마련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내로라하는 세계의 보트들을 모조리 사서 뜯어 보는 일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샘플이 완성됐을 당시 창업자금 1억원은 바닥났다. 차까지 팔며 버텼지만 수 개월치 월급이 밀렸고 회사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 무렵(93년 2월) 스페인 바이어가 찾아왔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서나 만드는 고무보트를 한국 중소업체가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들렀다.

물건은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지만 문제는 안전성. 우성에 안전 테스트 설비가 없었던 것은 물론 국내에선 테스트를 대행해 주는 곳도 없었다. 이 사장은 실전 테스트를 제안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였으나 한강에 보트를 띄우기로 했다.

직원과 그 가족 10여 명을 동원했다. 보트 안에 물을 가득 채운 뒤 실험 참여자들이 각자 몸무게를 적은 종이를 등에 붙이고 승선했다. 몇 사람이 물에 빠져 한강 순찰대의 구조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무게중심.부력.공기압.복원능력 등 모든 테스트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 바이어는 "당신들은 완전히 미쳤다"며 혀를 내두르며 150대(4000만원 어치)를 발주했다. 우성의 수출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수출에 탄력을 받자 우성은 94년 내수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96년에 또 위기가 닥쳤다. 이상 저온으로 수상레저업체들이 연쇄 부도를 냈다. 대금으로 받은 30억원 어음 중 20억원이 휴지조각이 됐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e-메일로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거짓말처럼 바이어들이 선급금 30만 달러가량을 보내줘 기사회생했다. 이후 우성은 국내 거래를 할 때 어음을 일절 받지 않고 내수보다 수출에 더 치중했다. 여러 차례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사장이 꺾지 않는 고집이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의에는 가차없이 등을 돌린다. OEM으로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 갈 수 있지만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는 독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장은 "올해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세빌라와 미국 시이글에 이어 이번에 워커베이와 거래를 텄고, 미국 최대 보트 판매업체인 호비캣과도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 중이다. 세계 4대 보트 바이어와 모두 거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특소세 폐지(2004년)와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고무보트의 내수 시장 전망도 밝아졌다. 우성은 2010년에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글=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우성아이비는

▶ 1992년=인천시 청천동에 법인 설립

▶ 96년=고무보트 Q마크 획득

▶ 98년=수출 100만 달러 돌파

▶ 99년=베트남 합작공장 설립, 인천 효성동으로 확장 이전, 유럽 인증(CE마크) 획득

▶ 2000년=미국 인증(UL마크) 획득

▶ 2001년=나는 보트(플라이 피시) 개발

▶ 2003년=인천 효성동 현 공장(부지 1078평,연건평 1200평)으로 확장 이전

▶ 2004년=5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중국 광저우 합작공장 설립

▶ 2005년=중국 상하이 합작공장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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