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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여혐? '이수역 폭행' 반전에 욕먹는 연예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수역 폭행사건’ 피해자라 주장한 여성이 ‘머리가 크게 다쳤다’며 올린 사진. [사진 네이트판 캡처]

‘이수역 폭행사건’ 피해자라 주장한 여성이 ‘머리가 크게 다쳤다’며 올린 사진. [사진 네이트판 캡처]

남성과 여성의 쌍방 폭행인 '이수역 폭행' 사건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 한쪽의 주장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사건을 언급한 방송인들 역시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산이(왼쪽)와 오초희. [사진 일간스포츠]

산이(왼쪽)와 오초희. [사진 일간스포츠]

배우 오초희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수역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머리 짧다고 때렸다던데 나도 머리 기르기 전까지 나가지 말아야 하나. 날씨 추운 것도 무서운데"라고 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사진 일간스포츠]

그가 이런 글을 올리자 오초희의 이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큰 관심으로 떠올랐다. 일부 네티즌이 '머리가 짧아서 때렸다'는 오초희의 글 일부를 지적하면서 비난 여론도 나왔다.

[사진 오초희 인스타그램]

[사진 오초희 인스타그램]

결국 오초희는 결국 인스타그램에 자필 편지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는 기사 일부분을 보고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폭행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솔하게 글을 올려 상처받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사진 일간스포츠]

래퍼 산이 역시 비난의 표적이 됐다. 산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수역 사건 새로운 영상'이라며 영상 하나를 올렸다. 영상 속에서 여성 2명은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을 하며 욕설을 한다.

[사진 산이 페이스북]

[사진 산이 페이스북]

산이가 올린 이 영상에는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물 퍼오는 의도가 뭐냐" "저런 욕을 했다고 해서 때려도 된다는 뜻이냐" 등과 같은 항의성 댓글이 여럿 달렸다. 경찰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이가 올린 영상은 여성들이 욕설하는 장면만이 부각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다만 "산이가 남혐(남성혐오) 표적이 되지 않기를 빈다" "용기 내 영상을 올렸다" 등 그를 우려하는 댓글도 있었다. 16일 오전 기준 달린 댓글만 2500여개가 넘는다. 그가 올린 이 영상은 페이스북에서만 22만회 넘게 재생됐다.

사건의 발단은 13일 오전 4시께 서울 이수역 근처 맥줏집에서 A씨(21) 등 남성 3명과 B씨(23) 등 여성 2명이 다툼을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다음날 B씨 일행으로 추정되는 이가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사건은 남녀 갈등으로 비화했다. 같은 날 이수역 폭행 남성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으며, 온라인에서는 남성을 일방적 가해자로 비난하고 '여혐(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반면 당시 술집에 있었던 남녀 커플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B씨 일행이 우리 커플을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 커플'이라며 비아냥거려 말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B씨 일행이 A씨 일행을 향해 성적 발언을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며 성(性) 대결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작경찰서는 주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여성 일행이 시비 원인을 제공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받았다. 경찰은 양측을 모두 폭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무분별한 마녀사냥을 경계하기 위해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버스 기사를 강하게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른바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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