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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새만금 재생단지, 지역 제조업 사는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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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주 전 문재인 대통령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전라북도와 새만금청이 발표한 4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건설된 모습을 상상해본다. 비전선포식 날처럼 볕 좋고 바람 좋은 날은 신형 원전 3개 규모의 몫을 해낸다. 우려도 있다. 구름이 끼고 바람이 없는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고 한다. ‘간헐성’에는 여러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선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전기가 남을 때는 양수발전소를 이용해 펌프로 물을 높은 곳으로 올리고, 필요할 때 전기를 생산한다. 출력조정이 쉬운 가스 발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기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독일은 새로운 방법을 개발 중이다. 바람이 많이 불면,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독일 전력망이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독일 사람들은 넘치는 풍력 전기를 수소에너지 생산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만든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천연가스 망에 섞어 운송하기도 한다. 수소는 매우 유용하다. 수소차의 연료로 사용되며,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만들고 열도 생산한다. 물로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는 아직은 매우 비싸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기술혁신과 보급확산의 선순환을 통해 보편화하기를 기대한다.

유럽 사람들로부터는 기술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그 수익을 나누는 방법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독일·덴마크·스웨덴 사람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구축하는 과정을 ‘계획입지’ 방식으로 진행한다. 공공부문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적합한 입지를 선정한다. 환경 측면에서는 지역주민 의견이 사전에 반영된다. 또한 전문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수익을 공유한다.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추진하는 방법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개발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사업자가 아닌, 전라북도와 새만금청, 공공부문이 입지를 결정했다. 개발과정에는 군산·김제·부안 등 주변 지역 군민들이 참여할 것이다. 수익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와 공유될 것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은 대규모 발전소 건설을 계기로 제조기업을 유치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인프라, 기술 사업화, 인력양성 계획 등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이기도 하다. 타이타닉호를 건조한 영국의 할란드 앤 울프 조선소가 풍력사업에 진출한 것처럼, 독일의 티센크루프의 선박공장이 해상풍력 제조기지로 변신한 것처럼 군산지역의 제조기업도 시대의 조류에 맞추어 거듭나야 한다.

새만금(萬金)은 만(萬)경 평야, 김(金)제 평야와 같은 옥토를 새롭게 일구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조만간 새만금이 ‘만(萬)인이 함께 금(金)을 나누는 공간’으로 또 한 번 그 이름을 떨치길 기대해 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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