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국정조사에 멈춘 국회…여 “감사결과 기다리자” 야 “박원순 지키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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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무산되며 정국이 급랭했다.

1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파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1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파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만나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 방안을 모색했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22일 한국당ㆍ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 등 야 3당 의원 153명이 낸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내년 초 발표될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본 후 국정조사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권력자나 고위임원이 영향력 행사해 취업을 시키거나, 금품을 받고 취업을 시키는 비리가 추가로 나오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나온 게 없다”며 “일단은 감사원 감사 전수조사 결과 보고 문제점 도출이 되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열리는 15일 오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왼쪽)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본회의가 열리는 15일 오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왼쪽)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야당은 국정조사만큼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3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 ^인사와 관련한 대통령ㆍ여당의 사과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수용 등이 없이는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세가지 사안 중 국정조사만 수용돼도 국회 일정 재개에 협조할 분위기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면 조사범위나 시기 등도 최대한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미 권성동(한국당) 의원 등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도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떤 공기업, 공공기업도 다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의 정책적 수혜를 가족들과 그 구성원들 내부 구성원이 향유된 건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시기는 11월 정기국회 후인 12월도 가능하다"며 "예산 국회 때, 국정조사로 정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감사원 결과를 지켜보자는 여당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고용세습 이슈의 동력이 상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채용비리 문제가 연일 보도되다 잠잠해졌기 때문에 이제 대충 넘어가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오른쪽),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오른쪽),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국정조사 추진에는 한국당ㆍ바른미래당과 같은 입장이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고용세습은 문재인 정부 전부터 이뤄져 왔던 사회적 적폐의 일종인만큼, 발본색원을 위해서라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감사원 감사와 병행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 전반의 채용비리를 다룬다면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측은 민주당이 홀로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기도 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박원순 시장을 지키기 위해 청년 세대의 꿈도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야권 관계자는 “국정조사를 하면 박 시장이 다칠 수밖에 없다. 미투 운동 등으로 대선주자들 많이 다친 민주당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 국회를 앞둔 시점이라 급할 것 없는 민주당이 시간을 끄는 것이란 야당의 주장도 나온다. 12월 2일까지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안이 그대로 상정되기 때문이다. 야당이 남북경협기금과 일자리 예산 등 대규모 감액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간을 끌어도 여당으로선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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