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굿바이 힐만, 웰컴 염경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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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SK와이번스 제 6대 감독과 염경엽 제 7대 감독이 15일 이취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트레이 힐만 SK와이번스 제 6대 감독과 염경엽 제 7대 감독이 15일 이취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감독님! 염!" 트레이 힐만(55·미국) SK 와이번스 감독의 마지막 인사는 후임 염경엽(50) 감독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이·취임식을 1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었다. SK는 2014년 10월 제5대 사령탑인 김용희 감독 취임식부터 전임감독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당시 이만수 감독은 계약이 종료됐지만 흔쾌히 참석해 야구 선배인 김용희 감독을 축하했다. 2년 뒤 김용희 감독도 힐만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SK 첫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힐만 감독은 2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렸다.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SK 주장 이재원은 "감독님께 받은 것들을 잊지 않겠다. 떠나시는 감독님께 우승이란 선물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힐만 감독은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팀을 떠나는 지도자란 진기록을 세웠다. 힐만 감독은 과거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니혼햄 팬들을 만나기 위해 16일 일본으로 떠난다.

힐만 감독의 요청으로 한국시리즈 2차전 홈런 이후 했던 세리머니를 재현하는 주장 이재원. [연합뉴스]

힐만 감독의 요청으로 한국시리즈 2차전 홈런 이후 했던 세리머니를 재현하는 주장 이재원. [연합뉴스]

우승을 차지한 만큼 행사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았다. 아내 메리와 함께 참석한 힐만 감독은 이재원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했던 세리머니를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의윤과 최정을 불러내 지난해 팬페스트에서 분장했던 배우 김보성의 유행어 '의리'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애창곡인 블랙 아이드 피스의 'I Gotta Feeling'을 불렀다.

힐만 감독은 "한 사람도 빼고 싶지 않다"며 메모를 가져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 3주 동안의 이야기가 멋진 엔딩으로 끝나 기분좋다. 성공의 기반은 관계에 있다. 2년 동안 함께 한 코칭스태프, 선수, 직원들 덕분에 성공이 있었다"고 했다. 힐만 감독은 "지난 3주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시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SK 선수들은 내가 함께 했던 팀 중 가장 끈기있었다. 힐만 감독은 이·취임식 이후 인천시가 연 행사에 참석해 명예시민증과 메달을 받았다.

마지막 순서로 힐만 감독은 한국어로 직접 신임 감독의 이름을 불렀다. SK는 지난 2년간 힐만 감독을 도운 염경엽 단장을 제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포옹했다. 힐만 감독은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염 단장의 많은 지혜와 경험, 격려에 도움을 받았다. SK가 훌륭한 새 감독을 선임했다고 믿는다. 그는 몇 년 동안 리그에서 성공을 거뒀다. 늘 SK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취임 인사를 하고 있는 제7대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취임 인사를 하고 있는 제7대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염경엽 감독은 "우승팀 단장으로 만들어준 힐만 감독님과 선수단에 감사드린다. 2년 동안 단장을 지내고 감독으로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SK 와이번스가 나아고자 하는 방향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야구다. 스마트하면서도 화끈하고, 성실한 야구로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줘야 한다. 힐만 감독님이 2년 동안 정말 잘해주셨다. 뒤에서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어 "사실 힐만 감독님이 부럽다. 나도 감독님처럼 멋있게 후배 감독에게 이런 자리를 통해 (지휘봉을)물려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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