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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바람 실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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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염 후보는 선거 열흘 전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다. '후보 개인의 득표력만으로는 뒤집을 수 없었던 차이(코리아리서치센터 김덕영 대표)'가 '박풍(朴風.박근혜의 바람)'에 의해 순식간에 뒤집어진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5월 29일~6월 1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 대표는 이명박 서울시장, 고건 전 국무총리 등 타 후보를 압도했다. 근래 들어 가장 큰 차이다. 박풍의 정체는 무엇일까.

◆ 침착함 혹은 단정함=박 대표의 젊었을 때 일기엔 "숙녀란 남자로 하여금 신사답게 거동케 하는 여자"라는 대목이 있다. 청와대 퍼스트레이디 시절 몸에 배고, 부모의 죽음과 명예회복 사업을 하면서 축적한 내면의 침착함이나 단정함은 그의 인간적 특성이기도 하다.

이런 면모는 테러 사건 때 도드라졌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박 대표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거칠고 사나운 정치세계에서 담백한 매력을 지닌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수의 보통 사람들에게 '박근혜가 이렇게 험한 일을 당할 사람이 아닌데'라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당 사무총장으로 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김무성 의원은 "그의 '겸손한 권력관'이 권한 남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 대비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인들에게 "권력은 칼이고, 권력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라는 말을 하곤 한다.

명지대 윤종빈(정외과) 교수는 "박 대표가 조용한 리더십으로 거대 야당을 2년 넘게 무난히 이끌어 온 건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신뢰와 일관성(유승민 의원)도 기성 정치권에서 보기 어려운 그만의 미덕이라는 평가다.

◆ 표적 택해 집중 유세=박 대표의 인기는 선거 때면 치솟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병원에서 나온 박 대표가 찾아간 대전.제주 유세장마다 시민이 수천 명씩 몰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전여옥 의원은 "선거 현장에서 내가 회사 공채 신입사원이라면 박 대표는 대기업 회장 딸에 비할 정도로 반응의 차원이 다르다"고 묘사한다. 코디네이터를 두지 않고 직접 고르는 의상과 머리 모양도 항상 화제다.

전략의 승리라는 평도 있다. 선거 때면 상한가를 친 박 대표는 최근 선거마다 '표적 공천'을 했다.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선 경북 영천을 "제2의 지역구로 삼겠다"며 집중했고, 10월 재.보선 때는 자신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과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맞붙은 지역구(대구 동을)에 올인했다. 이번엔 대전이었다.

대전에선 "배신자는 응징한다"는 명분을 얹었다. 표적을 선택해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거기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면서 선거에 관한 한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을 붙게 했다.

◆ "선거 때만 계절풍" 지적도=박 대표의 바람은 선거 때만 부는 '계절풍'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전시'에는 지지율이 오르지만 '평시'가 되면 정책 대안 제시를 잘 못해 인기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사학법 투쟁이나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에서 나타난 경직성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모의 죽음을 겪으며 배신의 상처가 남았기 때문인지 용인(用人)에 있어 폭이 좁다는 비판도 있다.

강주안.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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