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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설명충’이라고 놀리면 학교폭력” 판결 나와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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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특징 뒤에 벌레를 의미하는 ‘충’을 붙인 ‘ㅇㅇ충’이라는 표현으로 동급생을 놀린 것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 모 중학교 3학년 A양은 지난해 1학기 같은 반 학생이던 B양이 수업시간에 과제 등을 발표할 때 ‘설명충’ ‘진지충’이라며 수차례 놀렸다. 단체 대화방에서도 B양에게 비슷한 표현을 하며 놀렸다.

이에 B양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고 A양이 한 행동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학폭위는 A양에게 서면 사과와 교내 봉사 5일(10시간), 특별교육 이수 2일 등 조치를 의결했다.

A양은 학교 측 조치가 잘못됐다며 대구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교육청이 이를 기각하자 학교 교장을 상대로 ‘학교폭력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행정1부(부장 한재봉) 역시 A양의 행동이 학교폭력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A양은 소송에서 “피해 학생에게 사과했는데도 학폭위가 피해 학생의 주관적인 감정을 기초로 한 진술만 믿고 학교폭력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양이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동급생을 놀린 것으로 보이지만 ‘ㅇㅇ충’이라는 표현은 사람을 벌레에 비유해 비하‧비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이 문제의 언어폭력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가 가벼워 보이지 않는 만큼 학교 측이 A양에게 선도‧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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