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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김포서 고려항공 타고 방북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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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고려항공 전세기를 이용하려던 민간단체의 남북 교류 행사를 연기하도록 했다. 한·미의 제재 대상인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한국 땅에 착륙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태권도 단체 평양 방문 연기 #고려항공, 한·미 독자 제재 대상

13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15~19일 합동수련 등 남북 간 체육 교류를 위해 방북단을 꾸려 평양을 방문하려던 한 민간 태권도 단체의 계획이 연기됐다. 출발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연기가 최종 결정됐다. 당초 이 단체는 교통수단으로 김포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로 왕복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고려항공편 이용이 대북제재에 막혔고, 다른 경로를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아 결국 행사 자체가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중앙일보의 문의에 “고려항공은 한국과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며, 제재 시행 이후 고려항공이 한국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답했다.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은 고려항공 민항기가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과 미국은 2016년 12월 잇따라 고려항공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렸다.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한 불법 자금 운반 및 해외 노동자 송출에 고려항공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그간 남북 협력을 위해 수차례 대북제재 예외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엔 고려항공이 한국에 내려올 경우 사실상 대북제재 무력화의 신호탄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에 비칠 우려 등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고려항공을 비롯한 모든 대북 독자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 국민이나 기관은 세컨더리 보이콧의 적용을 받아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도 중국 베이징 등 제3국에서 고려항공으로 북한에 입국하는 것은 허용되곤 한다. 하지만 고려항공이 한국 영토에 착륙하는 것은 상징성의 무게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도 이런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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