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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최소 2년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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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미국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국제포럼’에서 내빈들 소개에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미국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국제포럼’에서 내빈들 소개에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스웨덴 볼보자동차 본사는 지난 8일 자동차 생산 계획을 변경했다. 미국에서 지난 10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중형세단(S60) 생산라인을 불과 1개월 만에 멈추고, 중국서 생산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XC60)의 미국 수출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산 최고급 세단(S90) 미국 수출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앤더스 구스타프손 볼보자동차 북미시장 총괄 수석부사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익률이 감소하면서 생산구조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무역협회 ‘미·중 통상분쟁’ 포럼 #트럼프 통상정책 미 초당적 지지 #중간선거 결과가 영향 못 미쳐 #다국적기업 중국공장 철수하면 #중간재 수출 한국 기업 큰 타격 #관세폭탄 땐 차·조선·반도체 재앙

미·중 무역 갈등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통상갈등이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가 12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털 서울에서 개최한 ‘미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분쟁 전망’ 국제 포럼에서다.

이는 최근 양국 분위기를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했다. 지난 7월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일련의 갈등을 보였는데 이는 중국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시진핑 주석과 매우 좋은 통화를 가졌다”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중 통상 갈등이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봤다. 중국 소재 컨설팅 업체인 트리비움 차이나의 앤드류 폴크 대표는 “미국의 현재 통상정책은 워싱턴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며 “(청중들의 기대를 저버려) 죄송하지만, 미·중 통상분쟁은 빠르게 해결책을 찾기 힘든 비관적 분야”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최근의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통상 분쟁 완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다니엘 아이켄슨 이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중국에 대한 보호주의 무역을 옹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미국 하원의 변화가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현실적으로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제한할 수 있는 비토권은 상원·하원 양측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행사할 수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한국·일본·캐나다·멕시코에 대한 현재의 통상정책을 최소한 향후 2년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한국 수출기업은 이런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미·중 통상 갈등 장기화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폴크 대표는 “미·중 통상갈등 상황은 결국 양국의 미래 기술 패권 다툼”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에 자리 잡은 다국적 기업의 제조공장이 철수하면 이곳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먀오제 중국 베이징대 국가개발연구원 부원장은 양국 갈등이 격화해 중국이 미국 제품이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럴 경우 미·중 양국 교역이 크게 감소하는데, 한국도 실질국내총생산(실질GDP)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미·중 통상 분쟁은 일부 소규모 교역국을 제외하면 모두가 패배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에 서명했다. 당시 한국은 이 법안 적용을 면제받았지만, 대신 면세 범위(2015~2017년 대미 철강 수출 평균의 70%)가 제한됐다.

또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승용차 관세(2.5%)를 최고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민 교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동차에 적용하고 조선·전자·반도체까지 확산한다면 한국에 재난 수준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미·중 통상분쟁이 계속되면 글로벌 다자 통상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축소하려면 여러 국가가 협력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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