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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참패'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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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문에 중장기 조세개혁 등 중요 과제를 잠시 미뤘지만 앞으로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주장과 달리 향후 경제 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으로 정치.경제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여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정부가 기존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는 힘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경제정책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겠느냐"며 "기존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제운용 어려워지나=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의 힘겨루기가 걱정이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과 세금 정책이다. 수도권 지방의회들은 그동안 재산세를 최대 50%까지 인하하는 등 중앙 정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장을 싹쓸이한 야당 후보들은 중앙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투기 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규제 등의 수요억제책을 계속 밀어붙일 방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선거 공약에서 "세금 부과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라는 규제만 가하면 강남.북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했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 사정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구심점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어 경제 현안에 대한 당정 간 의견 조율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장기 조세개혁▶국민연금 개혁▶한.미 FTA 협상▶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등 하반기 중요 경제 현안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이제 경제에 집중해야=지금부터라도 경제 전반을 재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고유가와 환율 등 대외 여건의 악화로 하반기 경제상황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이 '선거 후폭풍'에 흔들리면 하반기 경제가 예상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명분과 당위성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을 펼 때 강남 집값 등 지역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전 국민의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공급대책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각종 규제를 없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정부.여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김종윤.이현상.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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