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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탐사] ‘성범죄 피해자는 이렇다’ 정형화 땐 오류 가능성 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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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호 06면

최선희 대검 진술분석실장

최선희 대검 진술분석실장

누구 말을 믿을 것인가. 객관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검사와 판사는 피해자의 주장과 가해자 항변 사이에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오판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검찰은 2007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진술분석’을 도입했다. 지난달 22일 최선희(48·사진)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진술분석실장을 만났다.

최선희 대검 진술분석실장

어떤 사건에서 진술분석을 실시하나.
“성폭력특별법에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를 가진 경우’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관련 사건에서 검사가 요청하면 피해자를 면담한 뒤 영상녹화물과 녹취록을 분석한다. 주로 물증 없이 진술증거만 있는 사건이 대상이 된다. 지난해 289명의 진술을 분석했다.”
성범죄 피해자의 특수성은.
“성범죄에서 피해자라면 이런 게 나타나야 한다는 정형화된 판단은 오류 가능성이 크다. 실제 피해 상황에서 개인마다 반응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심리적 가능성을 열어 놓고 판단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장애인으로 한정돼 있는 분석 대상을 성인으로 확대하면 좋겠지만 예산과 인력이 문제다. 성인은 아동이나 장애인에 비해 거짓 진술할 능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좀 더 전문적인 판단 도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진술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나.
“피해 발생 전부터 피해 이후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피해자의 성장 과정 등 개인적 특성도 고려한다. 누가 시켰거나 꾸며내면 정형화된 진술이 나온다. 모든 걸 거짓으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부 진실을 말하다 필요한 부분만 거짓말을 한다. 직접 면담과 사건 기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김나윤 인턴(성신여대 화학4)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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