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시험 횟수를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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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시험도 숙제도 없는 학교』『두뇌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교육』『문제아를 만들어 내지 않는 교육』-
한국의 현실에서는 꿈같이만 생각되는 이러한 영국의 교육개혁가「알렉산더·서덜런드·닐」의 인간중심 교육사상을 한국에 펴고 있는 중견 교육학자 그룹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88년6월 발족한 한국 닐 연구회.
회장은 김은산교수(홍익대·교육학), 부회장은 김태연 교수(이대·교육심리학). 이대교수인 안인희·정세화·이은화·이상금·김정환씨, 김인회 교수(연대·교육학), 한임순 교수(명지실업 전문대·유아교육), 그밖에 초·중·고교의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교사 등 60여명이 회원이다.
「알렉산더·서덜런드·닐」(1883∼1973)은 영국의 20세기 대표적 교육 개혁가.
최근 한국에서도 MBC-TV 교육시리즈『세계의 교육 그 현장을 가다』를 통해 방영되어 크게 화제를 모았던 서머힐 학교가 바로「닐」의 교육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1921년 런던 북동쪽 1백50km 떨어진 서퍼크주 레이스턴 읍에 세워진 것이다.
『어린이의 본성은 착하다』는「닐」의 사상에 따라 철저한 자유교육을 실시하는 이 학교는 현재 만6세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 70명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단지 학생·선생 모두 1표씩의 투표권을 가진 회의에서 정해진 공동생활 규칙을 어긴 경우에는 제재를 받는다.
처음 몇 년간 몇몇 어린이들은 노는 일에만 열중하지만 곧 스스로 진학을 위해, 취직을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게되고 일단 결심하면 그 능률은 타율에 의해 공부하는 경우보다 2∼3배 높다는 것이다.
『서머힐 졸업생 중 상당수가 사회에 나갔을 때 사회성이 높고 창의성이 뛰어난 민주시민으로 교직자·예술가·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며 즐겁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최근 조사는 한국사회에 「닐」교육사상을 도입할 수 있겠다는 자신을 갖게 했습니다.』
88년부터 전쟁을 방불케 하도록 날로 치열해지는 대입 경쟁으로 황폐해 가는 학교 교육을 재건하고, 숙제와 시험으로 찌들어 살고있는 어린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닐」교육사상 보급에. 나셨다는 김은산 회장의 얘기다.
김 회장은 우선 한국의 현실에「닐」의 감정중심·인간중심의 교육사상을 적용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①숙제량과 시험횟수를 대폭 줄인다. 강압에 의한 공부는 올바른 실력향상 방법이 되지 못한다.
②특활시간을 늘리고 충분히 활용한다. 학생들은 취미를 살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③홈룸시간을 활성화한다. 민주시민으로 클 수 있는 훈련으로 이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그 자신 82, 87년 직접 서머힐 학교를 찾아가 교육현장을 관찰했던 김 회장은 최근「닐」의 교육사상과 서머힐 학교의 교육내용을 담은『행복한 학교』를 번역, 출간했다. 곧 이어 『문제의 아동』『문제의 부모』『문제의 교사』『문제의 가정』『방종이 아닌 참 자유』등 「닐」저서 시리즈를 출간한다.
일반에게 서머힐 학교 교육을 보여주며 인간중심의「닐」교육철학을 폭넓게 일반과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알리기 위한 20분 짜리 비디오 테이프도 만들었다. 강연회 등도 주최할 것이라 한다.<박금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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