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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때 당원 800명 신상 빼돌린 민주당 前간부 검찰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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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청사 검찰 로고 뒤로 태극기가 비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 청사 검찰 로고 뒤로 태극기가 비치고 있다. [뉴스1]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명부가 무더기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터져 전북 지역 정가가 발칵 뒤집혔지만, 검찰 수사 결과 민주당 전 간부 1명만 재판에 넘겨지는 선에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전북도당 전 조직지원실장 박모씨 #선거 전 권리당원 명부 담긴 USB 유출 #정읍지청,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적용 #선거법 위반 관련 단서는 확보 못해 #노진영 지청장 "다각도 노력했지만…"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6일 "당원 명부를 몰래 유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조직지원실장 박모(5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4월 11일 오후 8시 30분쯤 전북 부안군 보안면 보안우체국 앞 주차장에서 부안군의회 라 선거구(상서·보안·줄포·진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모(57)씨에게 "이 안에 권리당원 명부가 있다"며 민주당원 800여 명의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이 저장된 엑셀 파일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 장치)를 건넨 혐의다.

앞서 부안 지역 민주당 도의원 경선에 나선 조병서(52) 전 예비후보가 "권리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며 지난 4월 24일 검찰에 박씨를 고발한 지 6개월여 만에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올해 3월 22일까지 민주당 전북도당 조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며 당원 명부를 입력하는 등 개인 정보를 관리해 왔다.

이 때문에 전북 지역 정가에선 "박씨가 당시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에 출마한 김춘진(65) 전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에게도 권리당원 명부를 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 두 사람이 도당 내부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데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한 호남 지역 선거구 특성 탓에 사건의 파장이 컸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에게서 아무 연결 고리도 못 찾아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도 안 했다.

개인정보 이미지. [중앙포토]

개인정보 이미지. [중앙포토]

박씨는 검찰에서 "나는 (당원 명부 유출에 대해) 아무 내용도 모르고 A씨가 부탁해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박씨가 지목한 A씨는 이미 필리핀으로 출국해 검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당일 박씨의 행적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등을 확인해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USB를 받기 전) 박씨한테 연락을 받고 나갔다"는 이씨 진술과도 어긋나서다.

검찰은 수사 초기 핵심 쟁점이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도 수사했으나 의미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당원 명부가 어디까지 유출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박씨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고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증거 분석 기법)으로 자료를 복구했지만 당원 명부 유출 경위나 지시자를 파악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아울러 각각 민주당 전북도당 홍보국장과 조직부장을 지낸 허모(여)씨와 김모씨 등 직원 2명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을 통해 살펴봤지만, 당원 명부 유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김씨 등은 참고인 조사에서 "박씨가 빈 USB를 사 오라고 해서 사다준 적은 있지만 (당원 명부 유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난 9월 나란히 민주당 전북도당 유급당직자로 복귀했다.

검찰은 박씨로부터 당원 명부를 건네받은 이씨에 대해선 별도로 입건하지 않았다. "이씨가 고발되지 않은 데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입증 자료도 제출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노진영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박씨 본인도 '몰랐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 사람의 진술 없이 (당원 명부가) 밑으로든, 위로든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입증하기 어려웠다"며 수사 과정의 한계를 토로했다.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대해 그는 "애초 고발된 내용 외에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읍=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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