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꿈꾸는 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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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신현림(1959 ~ ) '꿈꾸는 누드'<부분>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그가 내 낭군이면 그를 만났으면 좋겠어
호롱불의 무드를 살려 놓고
서로의 누드를 더듬고 핥고…

섹스보다는 섹스 후의
갓 빤 빨래 같은 잠이 준비하는 새 날
새 아침을 맞으며
베란다에서 비둘기의 노랫소리를 듣고
승강이도 벌이면서 함께 숨쉬고 일하고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삼십삼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



다른 예술 분야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이 시인의 시에는 자극적인 섹스나 마약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어쩌면 너무 점잖기만 한 한국의 현대시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는 이 시인의 저돌적인 열정과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리라.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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