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MRI 건강보험 적용이 바꿀 의료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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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익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이익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MRI. 우리말로는 특수검사자기공명영상법인데 주로 뇌 질환의 정밀한 진단에 필요한 검사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이 많이 드는 진료비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이다.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떠나지 않았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MRI 검사를 기피하고, 때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병을 키워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달 1일부터 MRI 비용 부담이 줄었다. 뇌 질환이 의심되어 MRI 검사를 하였으나 질환이 진단되지 않아도 11만여 원만 부담하면 된다. 뇌 질환이 의심되는 모든 경우의 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었던 MRI의 가격도 표준화되었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평균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종합병원 기준으로 이전에는 평균 48만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했으나, 지난달 1일부터 환자가 14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는 2017년 8월에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의 중요한 과정이다. 선택진료비 폐지, 간 초음파 보험 적용, 상급종합·종합병원 2·3인실 보험 적용 등은 이미 실현됐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환자 부담은 낮아지겠지만 가벼운 두통 등 불필요한 경우에도 MRI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뇌중풍(뇌졸증) 관련 질환을 겪었거나 구토 등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MRI를 촬영하거나, 이미 MRI 영상을 가진 환자가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MRI를 재촬영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MRI 검사 남용을 막을 것이다.

MRI를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통해 가계파탄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MRI, 초음파 등의 검사 항목의 급여화는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복부·흉부·두경부 MRI 검사, 그리고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계획이다.

이번 MRI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동의한 결과로 실시했다. 당초 의료계는 낮은 보험수가와 진료비 삭감 등의 우려로 건강보험 적용확대에 회의적이었지만,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현행 보험 수가의 적정화와 중증·필수의료의 보험수가 인상 등을 통해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했다.

국민 부담이 큰 비급여에서 그 비중이 높았던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초음파와 MRI 검사가 건강보험 속으로 편입되고, 이어서 뇌·뇌혈관 MRI도 들어왔다. MRI는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 안착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머잖아 환자와 의사 사이에 불신도 사라질 것이다.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다 하는 일을 우리만 못할 리는 없다.

이익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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