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참으로 질긴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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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전 1라운드> ●스웨 9단 ○최정 9단

10보(148~165)=우하귀와 좌하귀에서 실리를 빼앗기고 난 다음 스웨 9단의 손이 향한 곳은 중앙이다. 흑은 중앙 한가운데로 멀찌감치 149를 던져뒀는데 이는 중앙 백 집이 두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스웨 9단은 중앙에 백 돌이 한 두 개 더해지면서 세력이 집으로 굳어지는 것을 미리 막고 싶었나 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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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지금은 '참고도1'로 좌상귀를 지키는 게 나았다. 백2로 이을 수 밖에 없을 때 흑3으로 넘어가면 좌상귀 실리가 쏠쏠하다. '참고도2'처럼 백2로 버틴다면, 흑4로 들여다본 다음 흑7로 끊는 수가 강력하다.

참고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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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은 스웨 9단의 손이 중앙으로 향하면서 중앙에서 새롭게 공방이 펼쳐졌다. 160~164로 생겨난 패는 반상 최후의 승부처. 아직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형세이기 때문에 흑백 모두 패를 쉽게 양보할 수 없다. 최정 9단 역시 초읽기에 몰려 정확한 계가는 불가능했지만, 패에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참고도 2

참고도 2

두 대국자가 계시원의 초읽기 속에서 벼랑 끝 수읽기를 하는 동안 32강에 오른 다른 대국자들은 하나둘씩 바둑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미 복기까지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바둑은 여전히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바둑이 진행됐는데도 우위가 가려지지 않는다니 참으로 질긴 승부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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