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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간암|이효석(서울대의대교수·내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간암은 간질환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병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위암·폐암·자궁암 등과 함께 가장 흔히 발생되는 암이다. 여자보다 남자에게 5배 가량 자주 발생되며 50대 전후에 가장 흔하다. 두 남자환자의 예를 통해 증상과 경과를 알아보자.
A씨(52)는 한달전부터 오른쪽 상복부, 즉 갈빗대 아래가 계속 아파 병원을 찾아왔다. A씨는 수년전부터 집과 가까운 병원에서 『간이 나쁘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약간 피곤한 느낌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무관심하게 지내오고 있었다. 그런데 두달 전부터는 가끔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뜨끔거려 오더니 1주일 전부터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쿡쿡 찌르듯이 아플 때가 많아졌고 숨을 크게 쉬거나 기침할 때에 더 아팠으며 특히 밤에 심했다. A씨는 최근 한달 사이에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두 번째 환자인 B씨(45)는 10년 전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것을 알고 정기적으로 진찰과 검사를 받아오고 있었으며 이번에도 특별한 신체적 이상은 없었으나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봤다.
두 환자 모두 진찰과 정밀검사 소견으로 간암임이 확진됐다.
A씨는 진단 당시에 간암덩어리가 매우 크고 주위 혈관까지 퍼져 있어서 결국 증상적인 치료에 의존하다가 얼마 후 여생을 마치게된 반면, B씨는 암의 크기가 작고 다른 장기에 퍼져 있는 소견이 없어 수술로 성공적으로 제거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바이러스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또 우리나라의 급·만성 간염과 간경변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간암은 대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로 우리나라 간암환자의 80%는 이미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다.
암이란 혹 덩어리가 급속히 자라는 것이고 간암환자의 대부분은 간경변증에서 발생되므로 간암의 증상은 이미 가지고있는 간경변증의 증상에다 급속히 커져가는 암 덩어리에 의한 증상이 합쳐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요증상은 피로감·무기력·잇몸 출혈·코피·복수, 그리고 오른쪽 상복부의 통증, 체증감소 등이다.
이런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때는 비교적 쉽게 진단될 수는 있으나 암이 이미 번져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B씨처럼 정기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간암은 수술적 완전제거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간암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암발생위험이 높은 B형 만성간염·간경 변 증환자 등이 간암에 해당하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으로 크기가 작은 간암을 조기 발견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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