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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주식폭락 반영 안돼도 국민연금 손실 벌써 8조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연금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주식 투자로만 8조원 손실을 봤다. 이 기간 수익률은 -5.14%에 그쳤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이런 내용의 자산 운용 현황과 수익률을 지난 30일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주식 투자로 8조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중앙포토]

국민연금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주식 투자로 8조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중앙포토]

국민연금이 보유ㆍ운용 중인 국내 주식 자산은 지난해 말 131조5200억원에서 올 8월 123조60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7조9180억원 주식 자산가치가 감소했다. 가속화하고 있는 국내 증시 하락으로 8조원 가까운 손실을 봤단 의미다.

국민연금 전체 자산(650조8720억원)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다. 국민연금 자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에서 5%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올 1~8월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5.14%로 추락했다.

국민연금 측은 “세계 주식시장 활황을 겪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요국 무역 분쟁, 통화 긴축, 부실 신흥국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약세가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코스피는 5.86% 하락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1~8월 기준 7.55%)과 대체투자(5.17%), 국내 채권(2.89%), 해외 채권(2.86%) 등에서 수익을 냈다. 전체 자산 수익률은 올 들어 8월까지 2.25%, 연율로 환산했을 때 2.63%를 기록했다. 7월 기준 수익률(1.39%)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국내 금리 하락으로 채권 평가 이익이 증가했고 미국 달러당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채권 수익률이 양호했다”며 “대체투자 자산의 경우 해외대체 자산이 달러당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지난해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로 달러 등 해외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가 원화값 하락, 달러값 상승으로 인해 올라가면서 평가 수익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10월 한국과 해외 주요국 증시를 덮친 증시 폭락의 여파는 이번 국민연금 수익률 공시엔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국내 주식은 20% 넘게 급락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도 이같이 추락할 수 있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수익률은 코스피 등 주가지수 등락률과 연동하고 있다. 8월 국민연금 국내 주식 수익률이 -5%대인 상황에서 8조원으로 불어난 투자 손실이 10월 공시 기준으로는 4배 안팎 더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 전망도 밝지 않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이달 주가 급락세 지속으로 개인의 신용거래융자(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투자) 반대매매(신용융자가 물려있는 주식 가치가 하락해 원리금 회수가 어려울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 매도) 물량까지 나오는 등 수급 악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신용융자 잔고 금액의 빠른 감소세에도 대내외 악재 미해소로 추가적인 반대매매 물량 출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연구원은 “다음달 초 미국 중간선거,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통화정책위원회(FOMC) 전까지는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야 할 시기”라고 짚었다. 한국 증시 반등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 증시 전망도 먹구름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글로벌-다시 찾아온 변동성’ 보고서를 통해 “지금은 경기 둔화 우려가 크다”며 “(기업 생산)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 이익 축소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 둔화는 증시에 큰 악재며 내년 실적 둔화 우려가 증시에 점차 시장에 반영될 전망이다. 미국 증시가 쉽사리 반등할 것이란 기대를 갖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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