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식(94)씨 등 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30일 승소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일본 외무성으로 불러 이의를 제기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이 대사와 악수조차 하지 않고 불만을 제기했다. 고노 외상은 모두 발언으로 "국제 사회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이 대사가 모두발언을 하려 하자 갑자기 비공개 면담이 돼 취재진은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소송 대상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에 대한 배상 문제는 이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끝났다는 입장이다.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취해 달라"고 강조한 '구상서(외교문서)'를 이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일본에 조치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일본 정부는 양자 협의 신청 및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의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 이씨는 학수고대해온 재판 결과를 홀로 받게 됐다.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김규수·신천수·여운택씨 등 3명이 긴 재판 과정에서 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고는 2013년 8월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접수된 이후 5년2개월 만에 내려졌다. 2005년 2월 소송 제기 이후로는 13년8개월 만이다.
이씨는 17세에 일본제철소로 끌려가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했다. 고인이 된 김규수씨의 부인 최정호(85)씨는 "기왕에 선고할 거면 일찍 좀 서둘러 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본인이 그게 한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