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이수훈 대사 불러다…악수도 안하고 "분명한 태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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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이춘식(94)씨 등 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30일 승소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일본 외무성으로 불러 이의를 제기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이 대사와 악수조차 하지 않고 불만을 제기했다. 고노 외상은 모두 발언으로 "국제 사회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이 대사가 모두발언을 하려 하자 갑자기 비공개 면담이 돼 취재진은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가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의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초치돼 일본 외무성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가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의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초치돼 일본 외무성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소송 대상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에 대한 배상 문제는 이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끝났다는 입장이다.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취해 달라"고 강조한 '구상서(외교문서)'를 이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일본에 조치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일본 정부는 양자 협의 신청 및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의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 이씨는 학수고대해온 재판 결과를 홀로 받게 됐다.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김규수·신천수·여운택씨 등 3명이 긴 재판 과정에서 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고는 2013년 8월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접수된 이후 5년2개월 만에 내려졌다. 2005년 2월 소송 제기 이후로는 13년8개월 만이다.

이씨는 17세에 일본제철소로 끌려가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했다. 고인이 된 김규수씨의 부인 최정호(85)씨는 "기왕에 선고할 거면 일찍 좀 서둘러 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본인이 그게 한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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