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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상복 투쟁, 정부는 세무조사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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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유총 소속 관계자들이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토론회를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유총 소속 관계자들이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토론회를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 4000여명이 검은 옷을 입고 ‘상복투쟁’을 벌인 반면, 정부는 사회부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국세청 세무조사 방안 등을 검토했다.

접점 못 찾는 사립유치원 사태 #회원 4000명 집결 “왜 적폐로 모나” #비대위 차원 집단행동은 않기로 #교육·복지부 등 관계부처 간담회 #공정위·국세청까지 이례적 참석

한유총은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4000여명의 회원은 주최 측이 예고한대로 상하의 모두 검은색을 입고 참석해 행사장 주변은 대규모 장례식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한유총은 언론이 편파·왜곡보도를 한다며 취재진의 출입을 일체 금지했다. 실제로 행사가 시작되자 토론회장 출입구는 굳게 닫혔다.

정부 정책 발표 이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정부를 성토하기 바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유치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줄 때 회계규칙을 잘 마련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잘못한 건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왜 우리만 적폐로 몰아가느냐”고 반발했다. 충남에서 유치원을 10년 넘게 운영 중인 한 설립자는 “누리과정이 시행될 때부터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바우처 형태로 제공하라고 요청해왔다”며 “왜 이런 요구는 묵살한 채 ‘사립유치원=비리’로만 몰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4시30분까지 이어졌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학춘 동아대 대학원 국제법무학과 교수와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등의 강연이 마련됐다. 이 교수는 발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립유치원 설립자·원장들이 굉장히 의욕을 상실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교수는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원장들에게) 전했다”며 “에듀파인 도입 시 공적·사적 영역을 구분해 유치원 건물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설 노후에 따른 개보수비용을 인정하면 사립유치원 측에서도 정부 정책을 받아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유치원들이 한꺼번에 쉬는 ‘집단휴업’ 등 강경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단행동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의 집단행동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자유발언 시간에 폐원을 언급하는 원장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토론회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회계비리는 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장들의 정당한 권리는 인정돼야 하고, 사립유치원 교지와 교사는 국가재산이 아닌 개인사업자 사유재산”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외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은항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관계장관회의에 공정위와 국세청 관계자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사립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의 세금 탈세 혐의 등이 드러나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휴원·모집정지 등의 집단행동이 나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할 경우 인근 국공립유치원뿐 아니라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반대를 하면서 집단휴업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방향에는 변함이 없으며 학부모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교육청에 폐업을 신청한 사립유치원은 총 6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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